대부분 NH농협銀이 하기 어려운 사업
고민 없이 경쟁 은행 답습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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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이 내놓은 2017년 경영전략에 '현실성'과 '자신만의 특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내부역량이 아직 미치지 못하거나, 지금까지의 노선과 상반되는 계획도 눈에 띈다.
'빅 베스'(big-bath) 등 시련의 한 해를 보내며 달라져야 한다는 고민이 반영된 계획으로 보이지만, 좀 더 정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NH농협은행이 내세운 내년 경영계획의 주요 내용은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해외 사업 강화다. 이를 위해 관련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관련 본부 신설·부 승격 등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업을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영업점 운영 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해 대표 금융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우선 WM은 NH농협은행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분야다. 고객 중 농업에 종사하는 서민 조합원이 많고, 농업금융을 위해 탄생했다는 구조적 한계 탓에 고액 자산가를 위한 금융서비스업에 주력하기 어려웠다.
지난 2012년에는 전국 주요 도시에 있던 프라이빗뱅킹(PB)센터 7개점도 없앴다. 조합원 고객의 거부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후문이다. 그 대신 WM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겠다며 NH농협은행 전 지점에 담당 직원을 뒀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점포 체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지역조합의 동의가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다.
CIB도 상황은 비슷하다. NH농협은행의 투자금융(IB) 역량이 '걸음마' 단계인 까닭이다. 뒤늦게 투자금융(IB)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큰 손해를 본 뒤, 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한 상태다.
WM과 CIB 모두 시너지를 위해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협조가 필요하다. NH투자증권은 과거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은행과 함께 관련 역량을 키워왔다. 다만 NH금융지주의 NH투자증권 지분율이 49.11%(보통주 기준)에 불과해 협업에 따른 수익을 지주가 온전히 흡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에 인수된 이후 별다른 외부 자본확충이 없어 최근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사업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NH농협은행이 주력하고 있는 중국은 넓은 국토와 당국의 강한 규제, 특유의 꽌시(關係) 문화로 개척이 어려운 시장으로 여겨진다. 일찍이 시장을 넓혀 은행 당기순이익의 10%가량을 해외에서 내는 신한은행도 중국에서는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NH농협은행의 이 같은 전략에 의문을 제기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이 잘 해오던 분야도 아닌 WM과 CIB, 해외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해 의아했다"면서 "당초 큰 적자를 초래한 리스크관리 관련 내용이 계획안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깊은 고민 없이 경쟁 금융그룹을 답습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WM·CIB·글로벌을 축으로 하는 성장 전략은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이 먼저 발표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대출과 벤처투자 등에 주력해 부정적인 업황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IBK기업은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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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0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