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기관 매도폭탄, 해외지수 편입으로 버텼다
입력 2016.12.07 07:00|수정 2016.12.08 20:21
    상장 한달 매매동향...국내 기관 200만주 매도
    FTSE, MSCI 조기 편입되며 주가 상승해
    '이벤트 끝났다'…"횡보·약세 이어질 것" 전망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이후 주가 추이가 외국인의 수급에 의에 좌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관은 바이오로직스를 단기매매성 종목이라고 보고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지만, 주가는 해외 주요지수 조기 편입 이벤트에 힘입어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이벤트가 종료되고 외국인 추가 매수 요인이 줄어들며 주가는 하락 반전했다. 당분간 지지부진한 추이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거래 첫날 종가는 14만2000원으로 공모가(13만6000원) 대비 높았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22일에는 공모가 대비 25.7% 상승한 17만1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을 이끈 건 외국인의 매수세였다. 외국인 매수세는 바이오로직스가 해외 주요지수에 조기편입되며 꾸준히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편입 전날인 지난달 16일 23만여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 전날인 지난달 30일 43만여주의 매수가 집중됐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패시브 펀드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상장 직후부터 꾸준히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다. 국내 기관들이 상장 이후 지난주까지 매각한 바이오로직스 지분은 198만여주에 이른다. 상장 당일 69만여주, 15일 보호예수(lock-up)가 만료된 지난달 30일 31만여주를 매도했다.

    • 바이오로직스는 상장 공모 과정에서 국내외 기관에 992만여주를 배정했다. 국내외 기관 배정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주로 투자 수요가 몰렸음을 고려하면 외국인에 무게를 두고 배정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기관들은 배정받은 주식의 최소 절반 이상을 지금까지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기관들은 바이오로직스에 '장기 보유할 종목은 아니다'라는 관점에서 접근했고, 외국인들은 '주요 지수 추종을 위해 매입한다'는 자세를 취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해외 지수 편입 이벤트가 끝나고 외국인 매수세가 줄어들자 바이오로직스 주가도 하락 반전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1일 그간 순매수 일변도의 거래 태도에서 벗어나 15만여주의 매물을 쏟아냈다. 지난 2일엔 순매수 규모가 1만여주에 그쳤다.

      그 사이 바이오로직스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25일 대비 12.4%의 낙폭을 보이며 상장 첫날 종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바이오로직스 주가가 횡보하며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 유입 이벤트가 끝났고, 국내 기관도 지속적으로 바이오로직스 투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 삼성그룹이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며 바이오로직스에 상장 특혜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역시 단기적으로 악재다.

      일각에서는 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초기 주가를 띄우기 위해 주요 지수 조기 편입을 매개로 외국인을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국내 연기금 투자담당자는 "상장 직후에 해외지수 조기편입 발표가 나오며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다"며 "수요예측 과정에서부터 외국인들과 미리 조율하고 진행한 거래가 아니겠느냐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