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회복 기다리기보다 ‘先 상장 後 매각’ 전략 추진
내년 상반기 예정…구주 50% 매출 시 원금회수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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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가 ING생명보험을 내년 중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하면서 매각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투자회수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인수후보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NG생명은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삼성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내년 2월 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는 올 상반기부터 ING생명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 8월부터는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실사 및 프로그레시브딜(경매호가입찰)을 진행했다. 푸싱그룹과 타이핑생명, JD캐피탈 등 중국계 후보 3곳이 각축을 벌였고, 뒤 늦게 한 곳의 업체도 더 참여했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매각가로 3조~4조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푸싱그룹과 JD캐피탈이 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2조5000억원가량의 금액을 제시한 타이핑생명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곳들이 나타났음에도 ING생명 매각은 수 개월간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사드 배치 결정 후 노골화한 중국의 경제 보복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그간 MBK파트너스는 중국 보복 영향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중국은 중국발 수혜를 입던 국내 산업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 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절하와 자본유출 심화에 따른 규제도 강화됐다. 특히 자국 기업의 해외 M&A에 대해 민감한 분위기다. 중국은 원래부터 자금의 해외 유출이 까다로웠다. 그러나 대형 M&A, 그것도 한국과 연관된 거래인 ING생명 매각엔 더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 거래 관계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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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지지부진해지자 MBK파트너스는 ‘선 상장, 후 매각’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선회했다. 언제일지 모를 한중 관계 해빙을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포석이다. 매각 추진 초기부터 상장 검토도 동시에 진행해왔다.
특수목적회사(SPC) 라이프투자유한회사를 통해 ING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구주 50% 안팎을 매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후에도 장기적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MBK파트너스는 상장으로 경영 투명성이 확보되면 기업가치도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NG생명에 투자한 3호 펀드 만기는 10년, 오는 2023년까지다. 추가로 2년 연장도 가능하다. 지금 남아있는 인수 후보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불확실성도 ING생명 매각의 걸림돌”이라며 “기업가치를 더 높이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ING생명의 9월말 기준 자본총계는 5조469억원이다. 상장 생명보험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 받는다면 시가 총액은 3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미 리캡과 배당으로 수천억원을 회수했기 때문에 상장 과정에서 50% 수준의 지분을 매각하면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말 ING생명을 1조8400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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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09일 14:4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