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50%까지 확대돼도 증자 어려워
"구조 상 대형화에 한계…틈새 공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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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예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은산(銀産)분리 완화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고 가정해도 인터넷전문은행의 활동에 필요한 자본증대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덩치를 키우기 힘들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케이(K)뱅크 준비 법인은 지난 9월 30일 금융당국에 본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1일 제1차 심의가 진행됐고 연내 허가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인가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6개월 안에 출범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연내 본 인가를 신청, 내년 중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관심사는 오직 은산분리 완화다. KT·카카오의 K뱅크와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각각 8%·10%(의결권 기준 각각 4%)에 불과하다. KT와 카카오는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은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통신(IT) 기업이 최대주주가 돼 사업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관련 은행법 개정안 두 개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세 개가 발의돼 있다. KT·카카오의 의결권 기준 지분 보유 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장 우호적인 법안이 통과된다고 가정하면, KT·카카오는 앞으로 지분율을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남은 지분 50%를 나눠 가질 다른 주주들 때문이다. 각종 영업과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특히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먹거리'로 내세운 중금리 시장은 부실 가능성이 커 더 높은 수준의 자본 확충이 요구된다. 그러나 나머지 주주들이 증자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한 신용평가사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6%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증자를 위해 다른 주주들이 자금을 더 투자할지 의문"이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분율을 확대한 이후에도 증자와 관련해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이 은행을 포함한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려고 하는 것도 사업 추진에 따른 자본 확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특히 은행은 자본비율을 준수해야 하고 유동성 위기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앞으로도 증자 소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은 대형화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인 예대마진 시장 대신 틈새(Niche Market)를 공략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2000년) 인터넷전문은행을 먼저 출범시킨 일본의 사례를 볼 때 '모(母)기업의 서비스 혁신' 수단으로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 SBI증권은 증권 거래 전용 계좌를 따로 운영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SBI스미신넷뱅크)을 만들었다. SBI스미신넷뱅크는 후발주자임에도 예금 잔고 기준 1위로 올라섰다. 라쿠텐뱅크는 '라쿠텐닷컴' 쇼핑몰의 판매자·구매자의 소액 신용 대출 시장을 개척해 총자산이익률(ROA) 1위에 올랐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업계획서를 통해 밝힌 중금리 대출은 과거 조흥은행 파산과 SC제일은행 부실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일 정도로 쉽지 않은 사업"이라면서 "중금리를 포함한 예대마진 시장에서는 덩치가 큰 기존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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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1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