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 안정 vs 적극적인 활로 모색…LG전자 방향 둔 고민
조성진의 LG전자에 대한 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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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게이트'가 재계를 흔들고 있지만, LG그룹은 잔잔한 분위기다. 예정했던 계획에 맞춰 내년도 인사는 물론 사업·재무 전략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미 13년전 지주사 전환을 마쳐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췄고, 도덕성을 강조해온 기업 문화가 배경으로 언급되고 있다.
삼성 등 타 그룹들이 청문회 현장에서 '정경 유착' 고리에 대해 질타를 받을 동안에도, 구본무 회장은 질문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심심한(?) 하루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이번 재단 출연 요구처럼 정부의 준조세 성격의 기부 요구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가 입법해달라는 취지의'소신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사업 측면에서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같은 날 청문회 현장에서 “LG도 있긴하지만 (삼성이) 거의 독·과점 하고 있는”이란 평가를 받은 스마트폰 사업이 고민이다. 특히 올해 1조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의 정상화는 더욱 절박해졌다.
별다른 인사이동이 없었던 그룹 인사에서도, LG전자는 예외였다. 3인 사장 공동 경영 체제를 1년여만에 백지화한 후, 가전 사업을 담당했던 조성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단독 경영 체제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선 새로 출범할 조성진호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 시각의 차이는 LG전자를 ‘가전 회사’로 보는지 ‘IT 회사’로 보는지 여부에 따라 갈리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가 조성진 부회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LG전자의 '프리미엄화(化)' 전략 확대가 꼽히고 있다. 조 부회장은 올해 초 ’LG 시그니처‘로 알려진 초고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내세웠고, 이는 가전부문의 '9%'에 달하는 영업이익율이라는 성과로 되돌아왔다. 사내외에서 '기술 명장'으로 불릴 정도로 명망을 쌓은 인물이다보니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안정화하는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고강도의 인력 조정과 설비 효율화를 통해 '프리미엄 모델 집중' 계획을 세운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시그니처'의 성공 사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성진 부회장과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 되는게 과거 남용 부회장인데, 남 부회장은 철저하게 컨설팅·마케팅에 관심을 쏟고 R&D·품질관리는 소홀히 하면서 LG전자가 뒤처졌다”라며 “과거엔 가전쪽 출신이 소외받았었지만, 지금 같이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해야하는 시점에서 품질에 대한 원칙주의를 고수한 조성진 부회장 선택은 적확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TV사업이 패널가격 하락 영향도 컸지만, 가전 부문을 이끈 조성진 부회장의 ‘시그니처’ 프리미엄 전략을 TV사업도 공유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에서 LG 스마트폰이 철수 직전에 있고, TV부문의 성과도 좋지 않다”라며 “미주·유럽에서 ‘LG 시그니처’ 브랜드가 성공을 거뒀다 보니, LG전자를 ‘조성진의 프리미엄 가전회사’로 포지셔닝해 자금 조달(funding)을 유리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IT업계에선 LG가 ‘안정’을 택할 때가 아니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가전·TV 모두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진 시장인 만큼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IT기업들이 공통 먹거리로 꼽은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M&A를 통한 진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LG의 인사에는 M&A와 자본시장에 친숙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만 인수로 삼성이 '큰 손'으로 거듭났지만 불과 3~4년전만 해도 삼성이 기업 인수를 그다지 적극적으로 하는 그룹은 아니었다"라며 "M&A에 극도로 보수적으로 알려진 일본업체들도 최근 파나소닉이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업체 ZKW 인수에 나선 것처럼 IT 업체들의 M&A 가속화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IT기업들이 거쳐온 '신규 사업 개척 → 설비 증설 → 매출 확대 통한 시장 확장'의 선순환 주기가 점점 짧아지다보니, 진입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IT업체들이 적극적인 M&A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라며 “괜찮은 회사를 인수하기엔 자금 여력이 걱정되고, 아쉬운 회사를 인수하기엔 인수효과가 부담되는 LG전자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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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1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