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위기감에 해외 투자 제동
中·美 통상마찰 땐 최악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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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결정 후 경색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가 점점 악화 일로다. 최근엔 위안화 가치하락과 그에 따른 자본유출을 우려한 중국의 규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또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다수의 국내 M&A에서 중국 자본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시장이 있다', '중국 인수후보들이 관심을 보인다'라는 이른바 중국 캐치프레이즈 효력이 다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 고조…中, 경제 보복에 M&A 규제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한-중 FTA 체결,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보였던 한국과 중국의 밀월 관계는 길지 않았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며 중국의 반발이 시작됐다. 사드 배치 결정 후 ‘한한령(限韓令)’, ‘금한령(禁韓令)’으로 불리는 보복 조치가 본격화했다. 지난달 일본과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양국의 갈등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여행과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발 수혜 산업이 가장 먼저 목표물이 됐다. 중국 정부는 유커(遊客·관광객)의 한국 행에 제동을 걸었고, 쇼핑 횟수와 규모도 제한했다. 중국 내 광고에서 한류 스타들은 사라졌고, 한국 드라마의 방영이나 공연도 어려워졌다. 중국을 드나드는 물류의 통관도 깐깐해지고 있다.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북 성주군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업장에 대해 소방안전 및 위생 점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사드와 연관성을 부인하나 보복성이 짙다. 롯데 외에도 중국에 진출했거나, 중국향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제조 대기업들에 대한 차별 조치도 우려된다.
자연스레 두 나라를 오가는 M&A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국 시장 참여자의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정부 차원의 제재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중국의 국내 게임사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라는 M&A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퍼블리싱 작업을 다시 거쳐야 하는 게임이나 일반 제조업 등 한국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은 업종의 M&A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화장품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연관 사업의 M&A는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중국 담당 M&A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에선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투자나 계약 건이 아니라 신규 M&A를 위한 한국 출장은 되도록 삼가라는 지침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 가치 하락·자본유출 위기감…대형 M&A 및 해외투자 제동
중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묵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도 일제히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며 ‘환율전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중국 정부도 과도한 위안화 환율 상승과 자본 유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기업들의 외화 부채 부담은 커지는 반면 해외 투자자들은 위안 자산 투자를 꺼리게 된다.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M&A 소식이 이어지는 것은 위안화를 실물자산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국 성장률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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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중국으로 유입된 자금보다 유출된 자금이 수백조원 이상 많은 상황이다.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팔아 치우면서 중국의 외환 보유고도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까지 얽히면 자본유출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기업의 외화 이용 자본거래 및 해외 차입금 조기상환 금지 ▲개인의 외화 매입 규제 강화 ▲시중은행의 중개무역금융 심사 강화 ▲방미 중국인에 대한 모기지 대출 중단 등 다양한 조치를 내놨다.
최근엔 중국 기업이 100억달러(약 11조6000억원) 이상의 대형 M&A에 나서거나 핵심사업과 무관한 10억달러 이상 해외 기업과 부동산 투자를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이 해외로 송금 시 기존엔 5000만달러(약 580억원) 이상일 경우만 당국 승인을 받도록 했지만, 그 기준을 500만달러로 대폭 낮추기도 했다.
중국 매니지먼트사의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투자 자문을 완료한 M&A 업계 관계자는 “거래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사드 영향으로 계약 체결 후에도 거래를 종결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며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홍콩 투자자 측 부담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투자 거래 관계자 역시 “원래도 중국 내 자금이 해외로 나가기는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한 은행의 한국과 중국 지점 간에 자금을 돌리는 방식으로 대금을 들여오느라 거래 종결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中 자본 참여 어려워진 금호타이어·대우건설 등 M&A 영향 불가피
중국 자본은 그간 막강한 자본력과 왕성한 식욕을 바탕으로 국내 M&A의 흥행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직접 시너지 효과가 있는 웬만한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업체는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해놨고, 안정성이 중요한 금융사 M&A에선 오히려 매각자의 견제를 받을 정도였다. 성사가 어려운 거래는 중국 자본이 ‘전가의 보도’처럼 자의반 타의반 인수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국내 M&A에서 중국 자본을 보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규모가 크고 국내서 소화하기 어려운 거래에 미칠 영향이 클 전망이다.
실적 개선을 등에 업고 할리스커피 투자회수에 나섰던 IMM PE는 중국계 투자자와 협상을 이어갔으나 실패했다. 거래 조건이 맞지 않기도 했지만 경색된 한중 관계의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사모펀드(PEF) 업계의 시각이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보험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상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인수전엔 푸싱그룹과 타이핑생명, JD캐피탈 등 중국계 자본이 참여했지만 수 개월째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흡족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곳은 있었으나 중국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 거래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구주 절반 가량을 매출해 일부 투자회수를 진행한 후 장기적으로 매각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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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을 받고 싶은 대우건설과 1조원 가까이 들어간 KDB생명 등 산업은행발 M&A도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중국이 나서줘야 할 필요가 있다. 대우건설은 해외 사업 실적과 브랜드 가치, KDB생명은 중국보다 낮은 조달 비용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내년 초 본입찰을 앞둔 금호타이어 역시 링롱타이어와 더블스타,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SAIC) 등 본입찰적격후보 5곳 중 4곳이 중국업체다. 중국 정부의 글로벌 타이어사 육성 의지가 없다면 1조원대 예상 가격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업체들은 중국 본토보다는 자금 유출이 자유로운 홍콩을 통해 해외 M&A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가 홍콩에서 자금 모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의 지속여부다. 대중국 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중-미 통상마찰까지 확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가져올 미국과 세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면 중국의 자본유출 옥죄기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나긴 패권 다툼을 벌일 중-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처지라 한번 내린 결정을 이리저리 뒤집기도 어렵다. 갈수록 위축되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중국 자본이라는 큰 흐름마저 막힌다면 생동감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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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