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기주기식 인사란 비판
이경섭 농협은행장 거취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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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이 출범 5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거세다. 임원인사에서 부행장이 대규모 물갈이된 데 이어 부행장보에는 중앙회 출신 등 외부인사로 채워졌다. NH농협은행 내부에서 이를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부행장보로 임명된 인사는 총 4명이다. 스마트금융부장을 지낸 소성모 부행장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 출신 인사다. 김승효 부행장보는 금융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하다. 중앙회로 입사해 고양시지부장을 지냈다. 서윤성 부행장보는 변호사 출신이다. 김철준 부행장보는 한국은행 조사역 출신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정보보호대학원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이를 놓고 NH농협은행 내부에선 부행장의 전문성을 살리겠다고 만든 자리에 온통 외부사람을 채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부행장이 되기 전 부행장보라는 자리를 거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자리만 늘린 꼴이 됐다. 특히 중앙회 출신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챙겨주기’식 인사란 비난이 거세다.
한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중앙회 출신들을 위해 자리를 만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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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행장 인사를 두고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례적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부행장을 대거 교체했다. 11명의 부행장 중 9명이 물러났다. 이중 서기봉(영업추진본부장) 박태석(농업금융본부장) 오경석(경영지원본부장) 남승우(정보보안본부장) 신용환(NH농협카드 담당) 부행장은 임기를 1년~1년3개월가량을 채우지 못한 채 내려왔다.
반면 이번 인사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중앙회 기획조정본부(기획실) 출신 인사들은 승승장구했다. 김연학 전 기획실장은 이번 인사에서 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김원석 기획조정본부장이 지난달 농업경제 대표이사로 간 데 이어 이번 NH농협은행 인사에서도 기획조정본부 출신들이 요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6개 팀 40~50명으로 이뤄진 기획실은 중앙회장의 ‘싱크탱크’(Thinktank) 역할을 한다. 중앙회장은 중임이 불가능한 4년제 선출직이라 연속성이 떨어진다. 기획실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중앙회뿐 아니라 NH농협금융지주 및 농협경제지주의 인사 대부분이 사실상 기획실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한 NH농협금융그룹 관계자는 “중앙회 기획실장이 사실상 NH농협은행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올해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했다는 평가다. 김병원 중앙회장의 취임 후 첫 인사인데다 국정 공백 상태에서 정부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여건 등이 갖춰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의 거취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행장이 교체된 상황에서 이 행장도 거취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런 식의 인사전횡이 NH농협금융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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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