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물동량 단독 확보 '부담' 커
인근에 머스크 전용터미널 위치…국내외 화주 찾기 쉽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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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인수과정이 산 넘어 산이다. 사실상 스위스 MSC가 미국의 롱비치터미널 인수를 확정 지은 가운데 현대상선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 Total Terminal International Algeciras)'은 향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스페인 알헤시라스 컨테이너 터미널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르면 이달 말 본 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에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 터미널은 현재 IBK투자증권-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한진해운이 각각 지분 75%, 25%를 보유 중이다. 매각대상은 지분 100%로, 규모는 약 1200억~1500억원 수준이다.
지브롤터해협에 위치한 TTIA는 유럽-남미를 연결하는 남북항로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아시아-북미 동안을 연결하는 동서항로가 교차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총면적이 35만7750㎡으로 1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접안시킬 수 있는 현대식 터미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840억원의 매출, 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해당 터미널을 운영해 왔다.
우협으로 선정된 현대상선은 TTIA를 전용터미널로 확보해 하역비용을 줄여나가며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우선 인수 이전까지 6개여월간 TTI를 활용할 화주를 찾아 물동량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선사들은 통상 전용 터미널을 활용하기 전에 투입할 물동량부터 확보한다. 한진해운은 과거 본인들이 속해있던 CKYHE(얼라이언스) 선사들과 TTIA에 공동으로 물동량을 채워넣는 방식으로 운영부담을 줄여나갔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화주-물동량-터미널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체계여야 터미널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라며 "현대상선이 아직 2M(얼라이언스)의 정식 회원으로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동량을 단독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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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진해운을 활용했던 국내 화주들이 외국선사로 떠난 상황에서 현대상선 단독으로 물동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련의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을 바라본 외국 화주들 역시 현대상선을 향한 신뢰도가 과거와 같지 않은 상황인 탓에 물동량 확보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전망이다.
게다가 TTIA 인근 지역에는 2M의 한 축인 머스크(Maersk)의 전용 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현대상선이 최근 체결한 '2M+H 협력관계'에 따라 2M이 현대상선이 인수한 TTIA에 물동량을 채워 넣을 가능성을 추가로 낮추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현대상선이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이긴 하지만 TTIA를 확보하려는 배경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운영자금 등을 포함한 긴급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한진해운 자산 인수용 지원금이라는 명분을 위해 충분한 분석 없이 스페인 터미널 인수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문점이 든다"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알헤시라스 터미널을 인수할 수 있도록 지난 19일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을 통해 3000억원어치의 지원금을 투입했다. 해당 CB는 당초 산은이 60%, 시중은행이 40%를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시중은행들이 모두 발을 빼면서 산은이 전액 지원하게 됐다. 스페인 터미널을 인수하고 남은 자금은 롱비치 터미널의 소수지분 인수자금과 부족 운영자금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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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21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