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위 '딜로이트' 등에 업은 안진…삼성 M&A 참여도 확대
삼성 출신 영입한 EY한영, 안진 다음으로 삼성 딜에 많이 거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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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회계법인들이 기댈 곳은 '삼성'뿐이었다. 구조조정 딜이 많은 한해였지만 이는 클로징 시점이 불투명하거나 큰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 회계법인들은 늘어나는 삼성그룹의 해외 인수·합병(M&A)에 발맞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아 나갔다.
올해 국내 10대 그룹이 진행한 M&A는 지난해보다도 별다른 특징이 없었던 가운데 삼성 관련 딜과 구조조정 딜은 활발히 진행됐다. 이에 M&A 시장의 양극화도 뚜렷해져갔다.
올해 삼성이 진행한 M&A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내 회계법인은 딜로이트안진이었다.
딜로이트안진은 올해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운 9조원 규모의 삼성그룹-하만 인수과정에서 삼성측 실사(Due Diligence)를 담당했다. 미국 딜로이트와의 현지 공동작업이긴 했지만, 안진은 국내 기관 중 유일하게 이 딜에 이름을 올린 곳이었다.
삼성의 하만 인수는 회계자문 시장에서 삼성 딜이 가진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이 딜로 안진은 올해 경영권 거래 금액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삼일PwC가 건수 기준으로는 1위를 기록했지만, 금액기준으론 삼성그룹-하만 1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조원 수준이었다.
안진은 삼성전자의 프린터사업부 매각과 미국 가전업체 테이코(Dacor) 인수 때도 회계자문을 맡았다. 여기에 올해 핫딜로 꼽히는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거래에서 매각측 회계자문을 맡았다. 올해 시장의 관심도가 컸던 딜 기준으로도 딜로이트안진의 이름이 가장 크게 부각됐던 셈이다.
국내에선 삼일PwC가 1위 회계법인이지만 미국시장에선 딜로이트가 1위 업체다. 미국시장에 강점이 있는 딜로이트가 뒤에 있다는 점이 안진의 삼성 M&A 참여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됐다. 안진 담당자들도 해외시장에서 '안진' 보다 '딜로이트'라는 브랜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진 관계자는 "크로스보더 딜은 글로벌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하다"라며 "딜로이트 없이 삼성 딜을 따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최근 딜로이트안진이 주력하는 부분은 자문에서 딜 소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단 딜 소싱이 이뤄지면 자문을 담당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계산이다. 회사는 담당 파트너들에게 딜로이트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된 M&A 딜 소싱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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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일PwC에게 올해 삼성 M&A 참여는 어려운 이야기였다. 삼일PwC는 삼성그룹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다. 감사업무를 맡은 점이 영향을 끼치며 삼성 관련 딜에 있어서는 다른 회계법인들보다 참여도가 낮았다. 삼일PwC는 두산그룹과 동양매직 거래 등에 이름을 올리며 건수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지켜나갔다.
삼일PwC의 빈자리는 EY한영이 메우고 있다. EY한영은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매각에 회계·재무자문을 담당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조직체계를 바꾸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영업을 강화한 점이 효과를 봤다.
한 EY한영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인 EY의 조직체계를 내부에 도입해 대기업 클라이언트별로 담당인원을 배치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치는 작업이 주효했다"라며 "올초 삼성증권 출신도 영입하는 등 삼성에 대한 영업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삼정KPMG는 올해 M&A 시장 트렌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삼성을 비롯해 대규모 딜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자문을 맡고 있는 ING생명의 지분매각 등의 딜이 어느 시점에 클로징 될지 불투명해 이렇다 할 트랙레코드(주요실적)를 쌓고 있지 못하다.
이같은 전반적인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이 M&A 시장의 포식자 역할을 이어가는 가운데 진행 중인 구조조정 딜이 매듭지어지고 동시에 많이 구조조정 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안진이 최근의 감사부실 사태를 극복할지, 삼일PwC가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갈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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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20일 08: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