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사이클 기반 예측 어려워져…신용도 하향 기조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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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평가 시장에서 매년 연말만 되면 나오는 우울한 전망이다. 앞으로도 유효하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업황 개선은 요원하다.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었던 수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 그동안 경쟁에서 자유로웠던 내수 기업들도 경기 침체라는 공통의 적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2016년 신용평가 시장을 살펴보면 기업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산업별, 그룹별로 특징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NICE신용평가의 자료(12월26일 기준)를 살펴보면 조선, 해운, 건설,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는 등 하향 기조를 보였다. 몇 년 간 이어진 업황의 불황, 그리고 먹거리가 점점 사라지는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룹 별로는 두산그룹, 한진그룹, 이랜드그룹의 전반적인 신용도가 떨어졌다. 이들 그룹은 내년에도 신용도 모니터링 그룹들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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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올해 괜찮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신용도가 개선되기도 했다. KB투자증권, CJ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LG생명과학, 팜한농,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인수합병(M&A) 이슈가 있었던 기업들은 M&A 성공 여부에 따라 등급 방향성도 엇갈렸다.
2016년에도 국내 기업들의 전반적인 신용도가 저하 추세를 보이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향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제 방향성 조차도 쉽게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기업이 불황에 빠지면 산업 사이클을 기반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이젠 단순히 사이클로만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어서 이제 산업 사이클 이론은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셈법은 복잡해지는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국내 경기 침체 장기화, 거기에 탄핵 정국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 업계의 평가는 더 깐깐해질 가능성이 크다. 꾸준한 현금창출능력에,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다시 말해 먼 미래의 가능성보다 현재의 진실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얼마전까지만 해도 좋은 투자처로 평가 받았던 유통사와 민자발전사에 대한 시각도 예전 같지 않다. 성장세는 꺾였고 수익성은 떨어졌다. 최근 바이오 붐을 탄 제약사들도 다시 등급 하향세로 전환한데다가 한미약품은 여러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신성장동력을 육성 중인 기업 입장에선 당장의 재무상황과 경영성과가 평가의 척도가 되면서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수출 기업들에 비해 경쟁 강도가 약했던 내수 기업들도 그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와 ‘반짝’ 주택경기 호황에 재개발 수주 경쟁을 펼친 대형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구조적 경기 침체 장기화’라는 공통의 적을 만나면서 신용도 개선이 요원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신용도 저하는 자금 조달 문턱 상향으로 이어진다. 우량 기업들의 국내 금융시장 활용도가 낮아지면서 시장 전반의 침체를 불러오고, 비우량 기업들은 갈수록 한계에 직면하는 시간이 짧아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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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2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