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벼랑 끝인데…'낙하산' 사장 앉힌 NH농협생명
입력 2017.01.03 07:00|수정 2017.01.03 07:00
    은행 경력 전부인 서기봉 전 부행장 선임
    IFRS17 등 보험업 위기에 비전문 인사 논란
    중앙회장 인사 전횡' 내부 불만 커
    • NH농협생명이 은행에서만 경력을 쌓은 인사를 NH농협생명 대표로 낙점했다. 중앙회장과의 지연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한 대응과 수익성 저하 등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인데,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콘트롤 타워를 맡게 됐다는 지적이다.

      NH농협금융은 NH농협생명 대표로 서기봉 전 NH농협은행 부행장을 선임했다. 서 전 부행장은 농협중앙회 저축부와 농협은행 영업추진본부 등 은행 관련 경력이 대부분이다. 선임 당시 지주는 "핀테크 등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보험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보험업계는 새 회계기준(IFRS17) 기준서 확정이 내년 3월로 예정돼 있고, 저금리에서 비롯되는 수익성 저하와 보험 규제 자율화에 따른 상품 개발 등 과제가 산적하다. NH농협생명에만 적용됐던 방카슈랑스 규제 예외가 5년 연장되긴 했지만, 만료에 대비해 상품부터 영업 채널까지 회사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경쟁사인 KB금융지주는 재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교보생명에 입사, 사장을 지낸 신용길씨를 지난 2015년 3월 KB생명 사장으로 앉혔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고 삼성생명 출신 이병찬씨를 올 3월 신한생명 대표로 선임하는 등 앞으로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한 증권사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는 "요즘 보험업계는 수익성 저하와 I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 확충 필요성 등 안팎으로 어렵다"면서 "NH농협생명은 방카슈랑스 규제 예외를 통해 단기간에 성장한 만큼, 그 이후 대비도 시급한 상황이라 전문성을 갖춘 CEO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전 부행장이 NH농협생명 대표로 낙점된 배경에는 '출신'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 전 부행장은 전남 구례 출신에 중앙회 광주금융사업부 부본부장도 지내는 등 전남 나주 출신인 김병원 중앙회장과 지연이 있다”라며 “서 전 부행장이 NH농협은행장 혹은 계열사 CEO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예전부터 있어왔다"고 전했다.

      앞서 단행된 NH농협은행 인사에도 중앙회 개입 의혹이 일었다. 이달 중순 치러진 부행장 인사에서 열한 명 중 아홉 명이 교체됐다. 임기가 남은 부행장이 여섯 명 해당돼 '임기 보장' 관례를 깬 이례적 인사였다. 이때 신규 선임된 부행장·지역 영업본부장에 중앙회 출신이 포함돼 업계에서는 '중앙회 입김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NH농협금융 내에서는 중앙회장의 '인사 전횡'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은행 적자와 보험업 위기 등 NH농협금융 전반이 비상 국면임에도 중앙회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돼 임·직원 불만이 크다"면서 "금융업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비전문적 인사가 계속 내려오니 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NH농협금융 측은 "신용·경제 사업 분리 전 은행 지점에 있으면서 보험을 일부 취급했기 때문에 전문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