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도…'1년짜리' KB금융 계열사 CEO는 복귀·유임 자리?
입력 2017.01.05 07:00|수정 2017.01.05 07:00
    조재민 KB운용 사장·윤경은 현대증권 대표
    금감원 징계 등 약점 딛고 재선임·유임 성공
    "실질 임기 1년…적임자 찾기 어려운 영향"
    • KB운용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4년 전 회사를 떠났던 조재민 KTB운용 대표가 재선임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경은 전 현대증권의 KB증권 각자대표 유임에 이은 '깜짝' 인사인데, 1년 남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의 영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은 최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조재민 KTB운용 대표를 KB운용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이전 KB운용 사장 재직시절 차명계좌 거래로 금융감독원 징계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데다, KTB운용에서의 경영성과에 대해서도 시각이 갈려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고경영자(CEO)까지 지내고 물러난 인사를 다시 불러오는 것 역시 운용업계에서는 드문 일이다.

      조 사장은 2009년 KB운용 재직 당시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했다가 2014년 적발됐다. 금융투자회사 직원은 내부정보 이용 등을 막기 위해 금융투자 시 계좌 및 매매 내역을 회사 등에 사전 신고해야 하지만 신고 없이 거래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조 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2015년 중징계 전 단계인 '주의적 경고'(과태료 처분 등)를 받았다.

      금융투자회사 CEO로서 도덕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돈을 맡는 업 특성상 높은 도덕성이 요구돼 회사 차원에서 직원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업계 컨센서스(합의)인데, 조 사장은 CEO 스스로가 신뢰를 저버리는 위규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말 적을 옮긴 KTB운용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KTB운용에 영입될 당시 전권을 보장받았다는 얘기가 돌았다"면서 "KB운용 시절 최웅필 매니저를 스타로 키웠던 것 같은 성과를 내길 바랐던 것 같은데, KTB운용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은 없었다"고 전했다.

      2013년 말 약 48억원의 적자를 낸 KTB운용은 조 사장 부임 이후 484억원가량으로 당기순손실이 확대됐다. 이는 부산저축은행 관련 손해배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관련 손실(487억원)을 제외하고도 영업이익은 15억원가량으로 신통치 않았다. 이는 업계 40위권 수준이다. 2015년 말에는 36억원의 순익을 내 업계 36위에 올랐다. 조 사장 부임 및 적자 전환 전인 2012년도에 KTB운용이 낸 실적(순익 26억원·업계 29위) 보다 낮았다.

      KB금융의 이례적인 계열사 대표 선임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윤경은 전 현대증권 사장이 통합 KB증권 각자대표로 유임될 당시에도 일부 논란이 일었다. 계열사(현대엘앤알) 우회 지원 혐의로 금감원 제재 심의 중이었다. 노조와 여러 차례 마찰을 빚는 등 내부 잡음도 있었다.

      이처럼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에 '뒷말'이 이어지는 것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회장의 임기가 올해 11월까지로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 KB금융 특성상 회장이 바뀌면 '물갈이 인사'가 이어지므로 계열사 CEO의 실질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낙하산' 출신 KB금융 회장들은 부임 때마다 제 편을 만들기 위해 계열사 CEO를 갈아치워왔다"면서 "회장이 바뀌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뻔하고, 1년짜리 CEO는 본인 경력에도 이로울 것이 없어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CEO 임기가 회장 임기와 연동돼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해도 이 같은 결정이 반복되면 안팎 모두에서 비판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