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패션시장 패턴 변화, 경쟁 심화에 대응 가능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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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티니위니’ 매각, 부동산 매각 등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미진하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이랜드가 중국의 유통구조 변화, 업체 간 경쟁 심화라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냐는 것이다. 이랜드그룹의 신용도는 결국 중국에서의 수익창출력 개선 여부에 달려있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9월 이랜드월드 등급하향 조건으로 ①중국 패션법인 등 주력 자회사들의 영업실적 가변성이 지속될 경우 ②이랜드리테일 IPO와 부동산 매각이 원활히 진행 되지 못할 경우 ③연결기준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가 7배를 상회하는 경우를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등급을 떨어뜨린 이유로 ①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 ②계열 전반의 과중한 재무부담이 완화되지 않은 점 ③향후 자구계획 이행성과에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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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유동성 대응능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중국 패션법인의 영업부진 등으로 수익창출력이 떨어졌고 자본시장 접근성이 막혔다.
의념법인, 의련법인, 위시법인 등 이랜드 중국법인 3사는 2013년과 2014년 연간 12%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뉴발란스, 티니위니, 이랜드의 경우 20%를 웃도는 수익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2015년 들면서부터는 실적이 정체하거나 역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여성복 브랜드들도 매출 감소와 수익성 저하가 두드러졌고 로엠은 2015년에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빅3’ 브랜드의 실적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대 수익원이었던 티니위니는 2015년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이마저도 매각 결정이 났기 때문에 회사 전체 수익성에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이랜드 측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늘어난 중국 광군제(光棍節, 11월11일)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고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중국 패션 및 유통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고, 이랜드에 유리한 상황은 분명 아니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중국 패션시장에서의 경쟁은 한층 심해졌다. 2010년 전후로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진출로 중국 패션시장의 질서는 새롭게 재편되는 중이다. 특히 여성복에서 두드러지는데 글로벌 SPA 브랜드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성장한만큼 이랜드그룹 내 여성복 브랜드들의 실적은 감소했다. 글로벌 SPA와 고객층이 겹치면서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영향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가 됐다. 국내 수위권 패션업체들도 중국 시장에 공을 더 들일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중국에 에잇세컨즈의 신규 매장을 더 오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지난해 중국에 지컷을 론칭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매장을 본격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한섬과 신원은 현지기업과 손을 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이랜드 역시 스파오 등 SPA브랜드 사업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경쟁력이 떨어진 브랜드를 정리하는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와의 인수합병(M&A)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시장에서도 국내 브랜드들이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거기에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막강한 공세를 감안하면 이랜드 등 국내 브랜드들의 공략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속적인 성장 해법으로 M&A를 생각할 수 있고, 이랜드 역시 M&A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지만, 현재 재무여력과 자금시장 접근성을 감안하면 그룹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랜드는 중국의 유통구조 변화에도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 패션 유통의 중심은 백화점이었고, 이랜드 역시 프리미엄 전략으로 백화점 입점을 확대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등 백화점 매출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최근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소비계층이 다양해지면서 패션 유통 채널은 쇼핑몰, 아울렛, 온라인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백화점 업태의 부진으로 할인행사의 기간이 늘어나고 할인 폭도 증가하고 있다”며 “백화점에 입점한 이랜드그룹의 매장들 역시 백화점 정책에 따른 비자발적인 잦은 할인 행사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도 환경 변화 맞춰 이랜드리테일을 통해 중국 유통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현지 백화점을 뉴코아 쇼핑몰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팍슨(百盛)그룹과 손잡고 상하이에 팍슨-뉴코아몰을 처음 열었고, 8개월 뒤에는 현지 유통기업인 화롄(華聯)이 보유한 백화점을 리뉴얼해 뉴코아몰 2호점을 개점했다. 이랜드는 2020년까지 중국내 뉴코아몰을 100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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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 이랜드그룹의 재무여력 등을 감안하면 합작 형태로의 시장 진출은 괜찮은 선택”이라면서도 “중국의 경기 둔화로 과거와 같은 소비 활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랜드의 확장 정책이 다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랜드그룹의 신용도 향방에서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가 중요하다. 차입금을 눈에 띄게 줄이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즉 중국에서의 수익창출력 개선이 가장 중요한 재무지표다. 지금까지는 수익창출력 약화 추세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제반 여건 상 앞으로도 수익창출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재무구조 개선의 마지막 카드인 이랜드리테일 IPO 역시 중국에서의 선전이라는 미래 가능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데 같은 이유로 IPO 흥행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시장 내에서도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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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0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