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유증 카드로는 부족…强달러 부담 커진다
입력 2017.01.09 07:00|수정 2017.01.11 09:50
    지난해 결산 부채비율 1000% 상회 가능성 대두
    유증 카드 꺼내 급한불 끌 예정
    올해 美 금리 추가 인상 가능…외화환산손실 부담 가중 전망
    • 올해 대한항공이 방어해야 할 최대 요소는 원·달러환율이 될 전망이다. 작년말부터 대두했던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확대가 가시화되면서다.

      대한항공은 일차적 방어 카드로 연초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유증은 급한 불을 끄는 정도에 그칠 예정이다. 트럼프 시대 개막으로 올해 미국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계획했던 항공기 투자자금과 차입금 상환부담 역시 지난해 호실적을 고려하더라도 유증만으로 방어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작년 연말 상승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달러당 1208원이라는 높은 수준으로 마감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지난달 14일 정책금리를 기존 0.25~0.5%에서 0.5~0.75%로 인상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으로 910%에 이르던 대한항공의 부채비율도 다시 10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달러에 따른 타격은 우선 외화환산손실 증가로 이어진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원·환율이 전분기 대비 9.0% 급증하며 대한항공이 보유한 84억달러 외화부채에 대해 최대 9000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지난해 연말 기준 부채비율은 1300%까지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매출 대부분이 국제선 노선에서 나오는 대한항공은 외화결제 비중이 크다. 이강서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영업비용 중 연료유류비, 항공기리스료, 정비비, 보험료 등 항공기 운항에 요구되는 비용이 전액 외화로 결제되고 있다"라며 "양대 국적항공사의 국제선 항공운송 수입비중은 전체의 90%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 대한항공은 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유증 카드를 꺼냈다. 유증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00%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이번 유증은 지난해 연말 추진했던 3억달러 규모의 해외 영구채(신종자본증권)의 차선책이기도 하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연초 어수선한 정국으로 기업들의 해외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영구채 발행이 지연되고 작년 4분기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부채평가손실이 발생해 공공연히 자본 조달 필요성이 제기돼왔다"라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약 3조9000억원이고 반드시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도 4470억원 규모로 유증 대금으로 회사채 만기분을 해결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유증은 단기적으로 주가에도 악재다. 이번 유증으로 발행 주식 수는 7395만주에서 9599만5000주로 30% 가량 증가한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상증자에 따른 희석 효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2만100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라며 "지난해 지난해 4분기 조종사 파업으로 최대 2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해당 기간 영업이익도 시장 기대치(2149억원)를 크게 밑돌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화환산손익 변수를 제외한 외부변수들은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을 상쇄해주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게 달러화환율과는 반대로 움직였던 국제유가가 최근에는 OPEC 감산 결정으로 반등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동·중국 등 경쟁지역의 국영 항공사들은 최대주주인 정부 차원의 지원이 크고 계열 관련 부담도 적어 경쟁 면에서 대한항공보다 여유롭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환율·금리 영향으로 항공 업황이 악화할 전망인 가운데 대한항공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보다 부채비율이 높기에 이번 유증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