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 IPO, 주관사 손실과 맞바꾼 실적
입력 2017.01.10 07:00|수정 2017.01.11 14:26
    남동발전 우협 대상자 수수료 20bp 전후 제시
    업계 관계자 "손실 각오한 것"
    동서발전 들어간 증권사도 '몸 값 낮추기'
    • 올 상반기 예정된 발전공기업 상장은 그간의 수수료 덤핑 관행을 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는 수익성을 포기하고 실적 쌓기에 의의를 두고 있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사 선정이 진행 중이지만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수익을 포기한 모양새다. 남동발전 상장 주관사 평가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20bp(0.2%)의 수수료를 써 냈다. 3위에 올랐던 삼성증권도 30bp 수준을 제시했다.

      20bp의 수수료율은 주관사에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국내외 IR을 위해 주관사와 발행사가 각각 국내와 해외 법무법인 한 곳씩 선정해야 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 비용만 20억원 전후가 소요된다. 대형사가 적어낸 수수료율을 기초로 이 비용을 충당하려면 인수 금액이 1조원에 달해야 한다. 상장 전까지 본사에 인력을 배치해야 해 증권사들이 책임져야 할 비용은 늘어난다. 남동발전의 본사는 경상남도 진주에, 동서발전의 본사는 울산에 있다.

      상장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고려해 50bp 내외의 수수료를 제시한 증권사들은 순위권에 오르지도 못했다. 국내 IPO 수수료가 200bp 내외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0bp도 결코 높은 숫자는 아니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은 RFP(제안요청서)에 기본보수와 착수금은 지불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회계·세무·법률 등 자문비용과 출장비용 등은 전액 주관사 부담해야 하며, 상장이 성공한 후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방침이다.

      주관사 관계자들은 수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정권 교체 여파로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고,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가 높지 않아 상장을 철회할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주관사가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공기업 상장 주관 실적으로 앞으로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증권사에게 득이 될 게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특히 '공기업 상장 대표주관사'에 의의를 뒀다. 파격적인 수수료율과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한 배경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와의 입찰경쟁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증권사가 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남동발전의 주관사 선정 결과를 확인한 증권사들은 동서발전 제안서에서도 몸값 낮추기 시도했다. 동서발전에 들어가려는 한 증권사 "수수료 비용을 남동발전때보다 낮게 제시했다"면서 "대신 자문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서발전은 다음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