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올해 만기 도래 채권만 1.3兆
"3만5000원 수준인 주가, 더 올라야 담보 가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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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조(兆)단위 채권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보호예수 기간을 고려하면 올 2분기부터 두산밥캣 지분 활용 기회가 열리는터라 두산밥캣의 주가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다보니 유동성 대응 수단으로서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이다. 지난해(약 8100억원)에 비해 상환 부담이 가중됐다. 5억달러에 달하는 영구채 상환 위험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스텝업(Step-up) 금리 조건이 5%로 높고 조기상환권리(콜옵션) 등이 포함돼 있어 상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1조2500억원의 자금 확보 계획을 밝힌 상태다. 자체 현금과 두산밥캣 기업공개(IPO)에 따른 구주매출 대금, 두산밥캣 잔여 지분 등을 상환재원으로 제시했다. 이중 두산밥캣 잔여 지분으로 최대 7000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미흡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작년 3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1230억여원에 불과하다. 두산밥캣 IPO 구주매출로 손에 쥔 현금은 2400억원으로 당초 예상치에 훨씬 못 미쳤다.
두산밥캣의 배당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두산밥캣은 북미와 유럽, 중동·아프리카 사업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지배지주회사로 국내 상장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회사 현금흐름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거의 전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당금은 해외 자회사와 두산밥캣으로 두 번에 걸쳐 올라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작년까지 보통주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주된 배경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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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유력한 방법은 두산밥캣 주식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밥캣 지분 활용은 이르면 오는 5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갖고 있는 지분 59.3%는 상장 후 6개월~1년 동안 보호예수에 묶여있다. 6개월 이후부터는 인수단의 사전 동의를 거쳐 대출 담보 제공 등에 나설 수 있다. 두산밥캣은 작년 11월에 상장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중국 시장이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음에도 세계 경기 침체나 신흥국의 불안정한 수요 전망 등을 고려하면 금융비용 이상의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다"면서 "올해 유동성 대응은 두산밥캣 지분 활용에 의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밥캣 주가는 3만5000원을 맴돌고 있다. 공모가(3만원)로 상장한 뒤 한 차례 주가가 뛰었지만 줄곧 정중동(靜中動)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중 담보로 쓰일 수 있는 주식 가치는 1조원가량이다.
주가 추이가 상승 곡선을 그리지 않으면 담보 가치가 떨어져 두산인프라코어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상장 주식 담보인정비율을 감안하면 실제 유동성 확보 규모는 가변적이다.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사그라졌다. 두산밥캣의 실적 흐름은 양호하지만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 계획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 지가 관건이다.
다른 관계자는 "두산밥캣 주가가 최초 공모가로 제시됐던 4만원대까지 올라오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두산밥캣 주가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과중한 차입부담을 완화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이어 "담보 대출뿐 아니라 매각까지 감안하면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야 하는 탓에 두산그룹으로서도 주가 추이가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두산밥캣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예정이나 계획은 미정"이라며 "배당 역시 상장 때 약속한 사항이 있으니 실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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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0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