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으면 무산 부담, 낮으면 헐값 시비…예가 결정 않기로
박삼구 회장, SPA 체결 한달 내 우선매수권 행사 결정해야
채권단 “박 회장 지분 100% SPC 통한 인수는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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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앞두고 예정가격은 따로 정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예정가격이 있으면 매각 진행이나 중단을 위한 근거는 명확해지지만 그 기준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일단 제안을 받은 후 상황을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이 12일 치러진다. 중국 더블스타와 링롱타이어,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코퍼레이션(SAIC), 인도 아폴로타이어 등 숏리스트 5곳 모두 실사를 완주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지프로와 SAIC는 국내 자본과 손을 잡았고, 다른 곳들도 주관사단을 꾸리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입찰이 흥행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핵심 자산이 중국 공장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 4곳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지만 사드갈등과 중국의 자본유출 규제 여파를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중국 인수후보 측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유출은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국 후보들은 사실상 하나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중국 후보 쪽 관계자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모두 들어오거나 모두 불참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중국 기업의 소규모 국내 게임·엔터 업종 M&A는 어려웠던 반면, 다른 나라 제조업에 대한 조단위 거래는 척척 이뤄졌던 것도 전망을 흐리는 요소”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중국 정부가 사전에 자국 후보간 교통정리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사에 열의를 보인 만큼 모든 후보들이 본입찰에 참여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가격은 전혀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비입찰 당시 대부분 8000억원 이상, 일부는 1조원을 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예정가격도 정하지 않기로 했다. 기준을 너무 높여 놓으면 매각 실패에 대한 비판이 우려되고 너무 낮으면 중국 자본에 대한 헐값 매각, 나아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특혜 논란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예정가격에 얽매이기 보다는 인수후보들의 조건을 살핀 후 유연하게 의사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인수후보의 낮은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그를 배제하고 박삼구 회장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채권단은 본입찰 후 협의를 거쳐 바로 다음날인 13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할 계획이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과 아들 박세창 사장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묻게 된다.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매수권은 일신전속권으로 양도할 수 없다. 박삼구 회장 부자는 개인 자격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금호타이어를 모두 인수하거나 혹은 인수하지 않는 선택만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만 분리·인수하는 구조는 허용되지 않는다. 채권단은 최근 내용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인수후보들의 요구에 따라 우선매수권 약정 내용을 서면으로 발송한 바 있다.
다만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인수는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SPC를 활용할 경우 인수 후 다양한 투자구조 변경이 가능해진다. 투자자들도 박삼구 회장 개인보다는 형식적이나마 회사 형태에 돈을 들이는 편이 부담이 덜하다. 채권단도 “박삼구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SPC라면 개인과 동일시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자금 조달까지 성공하면 그룹 재건은 마무리된다. 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여러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인수에 실패한 우선협상대상자에 한해 실사 비용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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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11일 14: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