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인 이마트가 연초 채권발행 흥행한 점은 부담
손실 쌓이는 해외사업은 '아킬레스건'
-
롯데쇼핑이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란 간판을 되찾기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시동을 걸었다. 연초임에도 회사채 공급량이 부족한 탓에 롯데쇼핑의 채권발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동일한 신용등급을 가진 이마트가 최근 회사채 발행에 흥행한 점은 롯데쇼핑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말 2500억어치의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보고 발행규모를 최대 4000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만기구성은 3년과 5년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롯데그룹의 오너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됐다는 판단하에 롯데쇼핑이 반년 넘게 미뤄왔던 장기자금 조달에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16일 예정된 롯데쇼핑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는 투자자금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채권시장이 역동성을 잃으면서 연초임에도 투자수요에 비해 회사채 공급량이 크게 부족해서다. 재무부담이 적은 A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는 시장에 충분하다.
채권시장 역시 롯데쇼핑의 그룹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의혹을 둘러싼 롯데그룹에 대한 특검 조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크는 "지난해 롯데그룹을 휘감았던 의혹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대거 사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롯데쇼핑과 동일한 신용등급(AA+)을 보유한 이마트가 연초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기관투자가 자금을 희망금리밴드 내로 모은 점은 롯데쇼핑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수연 현대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투자기준 ·규모 등의 가이드라인은 보통 그룹·개별기업·등급별로 나눠져 있다"라며 "동시에 업종 전망도 주요 투자 요소로 삼고 있어 투자에 있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을 향한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다른 업종과 비교해선 낙관적이다. 김수연 연구원은 이어 "유통업의 성장성이 좋지는 않지만 여전히 꾸준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이고 있다"라며 "재무적 안정성 측면에서 롯데쇼핑 회사채는 선호할만한 투자대상"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의 아킬레스건으로는 해외사업이 꼽힌다. 롯데쇼핑은 중국 백화점 개점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누적손실만 조단위에 이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시장 진출 기간을 고려했을 때 중국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모채 큰 손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삼성그룹과 얽힌 청와대 게이트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초 기업들의 채권발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15년 7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리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국민연금이 해당 합병에 찬성해준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특혜 지원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집행하는 자금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회사채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개별기업에 대한 회사채 투자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지만 많게는 수천억원에도 달하고 있다.
롯데 계열사 중에선 그간 사모채·기업어음(CP) 발행에 집중했던 호텔롯데 또한 공모채 발행을 타진 중이다. 호텔롯데가 공모채 발행을 택한다면 기업공개(IPO) 이전에 채권 증권신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재무상황을 먼저 명시할 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밖에 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롯데건설 등이 차환발행에 나서며 롯데는 올 한해 '빅 이슈어'란 간판을 되찾기 위한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12일 10: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