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및 사업 계획 수립 지연되는 삼성·현대차그룹과 대조적
"SK그룹 인사 시점 절묘…검찰 수사 받아도 경영공백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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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SK그룹은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마쳤다. 이후 연초부터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조(兆)단위 투자 계획까지 내놨다.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재계 전반이 불안정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그룹도 삼성 및 현대차그룹과 같이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SK그룹 뇌물 의혹 부분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과 현대차그룹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금액을 냈다. 최태원 회장 사면과의 연결고리도 의혹의 대상이다.
이런 와중에 SK그룹에서는 총 17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충북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과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약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새해 첫 날 화학 및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에 3조원 투자를 단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SK텔레콤은 1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등 ICT 산업과 5G로 대표되는 미래형 네트워크 부문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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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들은 모두 지난해 그룹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가 바뀌거나 승진한 주력 계열사다. 정국 혼란 속에서 임원인사가 늦어질 것이란 일각의 예상과 달리 SK그룹은 대규모 인사를 진행했다. 수펙스(SUPEX)와 주력 계열 회사 수장은 최태원 회장 측근들로 전면 교체됐다. 인사 이후 한 달여 만에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이 잇달아 끝난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예고됐지만 이를 우려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면서 "일찌감치 의사결정 기구와 계열사 수장들을 바꾸며 전열 정비를 마친 상태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경영공백 없이 M&A나 대형 투자와 같은 굵직한 사안들은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계획 수립이 사실상 중단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과 대조적이다. 매년 12월에 치르던 임원인사가 미뤄지며 조직개편과 신사업 추진 등 중요한 결정들도 지연됐다. 특검 수사 마무리까지 최소 2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 이후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연말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계를 압도할 것으로 보이면서 안팎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경제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지주사 개편뿐 아니라 미래전략실 해체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하다. 하만(Harman) 인수도 매듭지어야 한다. 인수 완료 후 사업 전략을 어떻게 펼쳐나갈 지 등 준비해야 할 사항들도 많다.
현대기아차도 비슷하다. KD코퍼레이션과 부당 납품거래 혐의로 특검 수사 대상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목표 판대 대수는 825만대로 잡았다.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이나 사업환경은 비우호적이다. 공격적인 영업력을 갖춰야 하지만 인사와 조직개편은 특검 수사에 밀렸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멕시코 등에 대미(對美) 수출관세를 부활하면 멕시코에 수출기반을 확보한 기아차에 여파가 크다. 이로 인해 현대차 미국 2공장 건설 시기를 당겨야 할 수도 있어 경영진 판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인사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많았는데 인사가 미뤄지며 애매해진 부분이 있다"면서 "SK그룹의 인사 시점이 절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조단위 투자 결정도 평소였으면 큰 이벤트가 아니지만 삼성과 현대차 등이 주춤한 상황이라 더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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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