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 등 처우 기대감 크지만
실제론 경영진 대부분이 수익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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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중견 사모펀드(PEF) A 운용사에 대해서는 '채용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게 회사 내부와 외부의 공통된 평가다. 성장 필요성이 커서 사람을 많이 뽑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력 유출이 끊이지 않다보니 나오는 얘기다. 이 회사의 대표는 오랜 기간 좋은 실적과 영향력을 쌓아왔지만 경영 스타일은 '전제 군주'와 닮아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심지어 거래를 따내기 위해 다른 운용사에 거짓 정보를 흘리며 빈축을 산 경우도 있다. 이는 고스란히 직원들의 부담이 됐고, 이를 견디지 못한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사례2. 예리한 투자 전략으로 이름 높은 B 운용사 대표는 수 년 전 대규모 투자회수 후 세자릿수 성과보수를 받았다는 말을 다른 운용사에 공공연히 흘렸다. 역시 명성 있는 운용사지만 10년 이상 함께한 베테랑 운용역들이 떠났고 최근 인력 유출입도 잦아졌다. 다른 운용사들은 대표가 공로를 독차지하고 직원들을 홀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이라 평가 받는 사모펀드는 투자업계 관련 종사자들엔 선망의 대상이다.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모아 투자하고 성과를 나누는 '소수 정예 엘리트'라는 이미지가 크다. 또 대형 조직보다 역동적이며 실력에 기반해 직급이나 지위 상승을 노릴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른바 '출신성분'보다는 개개인의 역량을 보다 주도적으로 펼칠 여지가 넓다는 환상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보다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여기에 금전적으로도 좋은 거래를 성사시킨 이후에는 특정 운용사 매니저가 수백억원의 보수를 챙겼다는 소식이 무용담처럼 회자된다. 자유롭게 역량을 펼치며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PEF에 비해 첫 보수 수준이 낮다고 보기 어려운 은행이나 증권사, 회계법인, 투자은행(IB) 등 금융 종사자들도 현직 PEF 관계자에 이직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직으로 PEF 운용사에 종사하는 이들, 특히 운용사 지분 상당량을 보유하지 못한 주니어들에게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오로지 '대표이사' 또는 '설립자'들만 성과보수를 독식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일만 하는 조직이라는 암울한 평가가 많다.
가장 큰 부분은 기여한 만큼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실감이다. B사가 아니더라도 구성원들이 서운함을 느낀다는 유사 사례가 적지 않다.
해외 투자에 특화된 C운용사와 D운용사는 사실상 대표의 1인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가 성과 보수 거의 대부분을 독식하며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 직원들의 원성은 자자했다. 설립 초기부터 회사 살림을 실질적으로 꾸려왔던 임원진조차 대거 짐을 꾸렸다.
몇 해 전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E운용사는 회사가 안정화되자 대표가 말을 싹 바꿨다.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는 입장과 달리 이면 인수 계약이 다시 문제가 됐다. 직원들에 깎인 급여를 제시했고, 성과보수 분배도 기존 약정과 달랐다. 금융전문가는 아니었던 해당 운용사 대표는 “연봉 5천만원 받는 직원도 대학생 둘 키운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직원들의 사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
자기 사업이라는 성취감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형 조직에 비해 자율성이나 업무 비중이 높아질 수 있지만, 실제론 일반 회사원과 다를 바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까다로운 경영진을 만나면 큰 조직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대형 블라인드 PEF를 가진 F운용사도 올해 창립 멤버 여럿을 떠나 보냈다. 유별나기 짝이 없는 대표의 성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운용사 대표는 일찌감치 출근해 직원들을 살핀다. 외부 활동이 많은 것이 PEF지만 직원들은 눈치를 보게 된다. 실적은 압박하면서도 가져온 거래는 꼬투리를 잡는 적이 많았다. 투자 후보 기업체를 모셔와도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반발한 직원이 대표 면전에서 스스로 거래를 무산시킨 경우도 있었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서 난다 긴다 하는 운용사 대표들은 금융이나 정관계 거물이거나 든든한 집안을 배경으로 둔 경우가 많다”며 “꿈을 펼치기 위해선 좋은 투자 건을 잡아 독립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꾸준하게 후속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독립계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융계 PEF도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실무자들은 담당 투자책임자는 물론 그 윗선의 눈치도 봐야 한다.
지난해부터 여러 사업을 추진하며 일이 몰린 G운용사는 성사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거래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원을 투입해야 했다. PEF 업무와는 관계도 없는 고위관계자가 실적을 쌓기 위해 거래 추진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주주'가 아닌 '고용된 직원' 신분인 매니저들은 대표나 설립자들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직접 운용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태울 것이 아니라면 경력을 쌓는다는 이상을 기대하면 안된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자주 나오고 있다. 핵심 자산인 경영진의 역량과 네트워크, 자금력을 고려해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로 인해 깊어진 감정의 골은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PEF 시장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다. 운용사가 크게 늘면서 경쟁은 심화했고 그만큼 구색을 갖춘 곳을 찾기는 어려워졌다.
도입 10년이 넘은 PEF 시장은 몇몇 잘 나가는 운용사 주도로 재편됐다. ‘과장 명함 들고 인사 다니더니 벌써 에쿼티 파트너가 됐다’는 사례는 드물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PEF에 쌓인 소진되지 못한 자금이 많고 기관들의 PEF에 대한 기대감도 옅어지고 있다. 부실감사 논란과 매수자문 금지 가능성이 얽힌 회계법인으로부터의 인력 유입이 많아질 수도 있다. 일부 대형, 외국계 운용사들을 제외하면 주니어급 인력 영입에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긴 아니다. 전문 분야이긴 하지만 대체 인력 또한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백 곳의 운용사 중 이름만 걸어뒀을 뿐인 곳도 많다. 안정적인 운용보수가 나오는 블라인드펀드는 소수의 전유물이고, 대형 프로젝트펀드는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변변한 보수가 없는 운용사들은 IB와 유사한 자문업무 등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지만 연간 수억원에 달할 임금과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긴 쉽지 않다. 매년 자본금을 까먹거나 인력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경쟁이 심화하는 중에도 건전한 시장 발전을 위해선 함께 거둔 수익을 좀 더 공평하게 배분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투자가(LP) 관계자는 “핵심 운용력의 변동이 잦은 경우가 아니라면 분배는 내부 문제기 때문에 별도로 평가하지 않는다”면서도 “직원들을 잘 챙기고 되도록 공평하게 이익을 분배하는 PEF가 안정적이고 끈끈할 것이기 때문에 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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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18일 08: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