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은행법 정비 지연에 '개점휴업' 우려
입력 2017.01.25 07:00|수정 2017.01.25 10:11
    다음달 문 열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난망
    현 주주 참여 증자도, 외부 유치도 어려워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업무는 환전 뿐"
    •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전제 조건인 은산(銀産)분리 완화가 지연되면서 다음 달 문을 여는 케이뱅크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산업자본의 추가 출자가 늦어짐에 따라 케이뱅크의 활동 반경도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운 카카오뱅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회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 개정 논의는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 해 11월 말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으나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법안 정비 시점을 점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해 말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받고 영업 개시를 눈앞에 둔 케이뱅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케이뱅크는 이르면 오는 1월말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인력 채용과 리스크관리 시스템 개발·정보통신(IT) 시스템 통합 등에 이미 초기 자본금(2500억원)의 절반가량을 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은 터라 KT와 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의 추가 출자 및 지분율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지분 4%를 초과 보유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경우에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때도 4%를 초과하는 의결권은 행사가 불가능하다. KT 등 주요 주주의 지분이 10% 수준에 묶여 있는 이유다.

      우리은행과 같은 금융주력자 주주가 나서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나선다고 해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더러, 사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는 홀로 부담을 지기 부담스럽다. IT와 금융의 융합이라는 당초 취지와도 거리가 멀어진다.

      컨소시엄 외 금융주력자가 신규 참여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한 케이뱅크 주주사 관계자는 "외부 기업이 컨소시엄에 새롭게 진입하려면 기존 주주의 동의도, 금융위 승인도 받아야 하는데 자칫하면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운영 방향이 정해진 인터넷전문은행에 외부 금융주력자가 들어와 얻을 것이 많지도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모든 주주가 지분율 대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법이 가장 안정적이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하반기 증자를 위한 주주 간 협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1곳에 이르는 주주사가 의견을 조율하는 데에만 1~2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법 개정을 기다리는 것이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주주와 협업 혹은 약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소액을 투자한 주주사도 있다. 추가 출자 의지나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 개정도, 현 상황에서의 증자도 어려운 케이뱅크로서는 영업 상 제약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은행이나 증권사의 스마트사업본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케이뱅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가 추가 출자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본인가를 신청했다. 2~3월 금융위 인가가 나면 상반기 중 영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증자가 어려워 자본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초기 어려움을 넘고 금리 매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탄'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금융당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본비율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반쪽짜리 영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 역시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업무는 환전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 "자본 확충이 지연되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의 목표 중 하나인 해외 사업 확장 계획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법 개정과 자본 확충이 이뤄지더라도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다.

      야당은 은산분리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은행법 정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대선 후 높아진 시장금리는 목표 고객인 중금리 수요층의 부실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 정부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준비가 늦어지는 사이 시중은행이 IT 시스템을 상당 부분 개선한 점도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