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길 막힌 시중은행, 올해는 '비용절감'의 해?
입력 2017.02.03 07:00|수정 2017.02.03 07:00
    [취재노트] 정부 대출규제 여파...KEB하나ㆍ우리은행 등 영향 클듯
    • "올해에는 자산 성장 속도 조절이 불가피합니다. 가계대출의 문턱은 이미 높아졌고 앞으로는 소호(SOHO)대출 영업도 어려워질 텐데, '먹거리'를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 종합기획부 관계자가 밝힌 소회다. 이 관계자는 "작년 말~올 초 정부의 대출 규제 움직임의 여파"라며 "다른 시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연구원도 올해 은행업 전망에 대해 "국내 은행의 대출 자산 성장률은 2016년의 절반 수준인 3~4%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연의 전망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부채 관리 강화 정책에 기인한다. 금융위원회는 "치킨집 옆 치킨집 개업을 막겠다"며 자영업자대출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종전에는 차주의 연체 이력이나 연간 매출액으로만 평가했다면 이제는 가게를 낼 상권과 해당 업종의 과밀도 등도 평가에 반영하라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가계대출'과 '소호대출'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주택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과 상업용 부동산 담보·신용 기반의 소호대출을 혼용한다. 가계대출과 소호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작년 말 기준 46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산한다.

      가계·소호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시중은행에게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가계대출은 연체율이 낮고 담보비율이 높아 업계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불리고, 소호대출은 연체율에 비해 수익성이 높아 시중은행의 선호도가 높다. 2010년 초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대출의 리스크가 커지자 시중은행은 가계·소호대출을 늘려 대기업대출의 빈 자리를 메웠다.

      특히 대기업대출을 큰 폭으로 줄인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는 24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017년에는 (예년처럼) 가계·소호대출을 적극 늘릴 상황이 아니"라면서 "(올해에는) 자산을 급격히 늘릴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부터 가계대출 위주로 자산 구성을 바꿔온 우리은행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 개척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 재무기획부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은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올해도 작년 수준의 당기순이익 규모를 유지하려면 판매·관리비 절감 압박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펀드 및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와 자산관리(WM) 사업, 투자은행(IB) 업무를 통한 자기자본 투자(PI) 정도가 비이자이익원으로 꼽히지만, 당장은 녹록지 않다. 펀드·방카슈랑스는 금융 시장 상황과 경기에 연동돼 판매를 무작정 늘리기 힘들고, 금융회사 간 경쟁도 심하다. 은행의 WM·PI는 초기 단계라 대출을 당장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이 비이자이익 강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 국내 시중은행은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가계금융 확대에 기대 성장해왔다. 각종 위기를 겪으며 자산 건전화와 리스크관리 시스템 강화에는 성공했지만, 기업금융이나 투자금융 업무 역량은 자산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연구원은 "국내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는 대출 자산을 계속 키울 수 없으므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시장 금리 변동에 연간 실적이 좌우되는 천수답 식 수익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비이자이익 강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비이자이익 중 수수료부문은 안정성이 높으나 국내 금융 환경 특성 상 대폭 확대하기 어렵고, 비수수료부문은 추진 강도에 따라 급격히 키울 수 있으나 시장 변동성이 크다"면서 "각 시중은행 별 특성을 살려 어떤 부문을 얼마나 육성할지 정교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