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실적·오너 불확실성 해소?…2기 권오준號 순항까진 '첩첩산중'
입력 2017.02.03 07:00|수정 2017.02.03 07:00
    철강 경쟁력 확보·새로운 먹거리 발굴 등 '갈길 멀다'
    정치권 게이트에 리더십 흔들릴 가능성
    "경영 공백 이어지면 불확실성 더 커질 것"
    • 포스코가 우여곡절 끝에 2기 권오준 체제를 구축했다. 실적 반등에 성공해 리더십과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자평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포스코의 앞길이 험난해지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철강 경쟁력 확보 및 신사업 발굴 등 갈 길은 먼 데 정치권 리스크로 인해 언제든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포스코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이하 CEO후추위)가 올린 권오준 회장 연임 안건을 결의했다. 권 회장은 오는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하게 된다. 권 회장이 이끄는 2기 포스코가 출범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권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직후 포스코 사외이사 6인은 CEO후추위를 꾸렸고 약 한 달 간의 검증 과정 끝에 권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CEO후추위가 지난 3년간 권 회장이 주도한 구조조정의 성과와 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등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으로 인한 도덕성 논란 역시 심도있게 검토했으나 경영 성과를 더 중요한 요소로 본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사회 직후 진행된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 콜에서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3조835억원, 영업이익은 2조84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5.3%로 2013년 글로벌 철강경기 불황으로 인해 4.6%로 주저앉은 이후 3년 만에 5%대를 회복했다.

      포스코는 "(철강) 제품가격 하락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부가가치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 판매 확대로 영업익이 증대됐다"며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구조조정 목표로 제시한 149건 가운데 126건을 완료해 5조8000억원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까지 거뒀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포스코는 연결기준 차입금을 2조5000억원 가량 줄였으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74%로 낮췄다.

      실적 개선과 함께 리더십 구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포스코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우선 포스코의 앞날을 오히려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향후 정치권 게이트에 흔들릴 수 있는 '리더십'으로는 국내외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실제 CEO후추위가 권오준 회장의 연임 안건을 이사회에 올리기 직전인 23일 특검은 김응규 전 포항스틸러스 사장을 소환했다. 김 전 사장이 권 회장의 회장 내정 소식을 청와대 관련 인사로부터 전달받은 뒤 인사 등 관련 실무를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현재 청와대의 인사개입 의혹과 함께 2014년 회장 선임 과정에 최순실 씨와 권오준 회장 부부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되어 온 최순실과의 연결고리가 직접 드러날 경우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지 않겠냐"며 "그간 연임에 성공했던 회장들이 중도 퇴임한 수순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를 생각 한다면 1년짜리 회장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권 회장은 1년간 열심히 할 것이라며 연임 도전 의지를 드러냈지만 1년 뒤 리더십이 바뀐다면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경영 전략의 연속성 및 일관성 훼손 문제가 다시금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방산업 침체 및 글로벌 공급과잉 및 보호무역 강화 등 국내외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돼 철강 수출환경은 악화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대미 수출물량은 냉연·열연·강관 등 연간 400만톤에 달한다. 이에 더해 트럼프 정부가 자국 철강산업 살리기에 나설 경우 중국산 철강재와 동남아시아·중동지역에서의 경쟁 강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신사업 역시 문제다. 시장관계자들은 철강 외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써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경우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사업에 집행한 투자가 아무런 소득 없이 정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포스코가 전기차와 소재산업 등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권오준 회장이 주도적으로 이끈 리튬 사업 등과 맞닿아 있다"며 "지금껏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내부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장이 바뀔 경우 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 역시 "포스코 외 비철강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은 줄곧 하락하는 등 권오준 회장의 2기 포스코가 순항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회사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어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다고 본다"며 "매번 포스코에 제기되는 거버넌스 리스크가 결국 해외시장에서도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