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금융지주사 전환, 실익 적을 수도...의제 설정 효과?
입력 2017.02.08 07:00|수정 2017.02.13 10:52
    "조달금리 인하 및 M&A에 유리하다"며
    민영화 결정 전부터 필요성 적극 주창
    "예상보다 실익 적다"는 시장 지적도
    민영화 이후 새 목표 차원이라는 평가
    •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자본비율 상승과 조달금리 저하 등이 주요 목적으로 알려진다. 다만 생각보다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3일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마쳤다. 후속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지주 체제 전환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관련 태스크포스(TF)팀 가동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오는 12월 31일 전까지 전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지주 전환은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마무리까지 7~8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지주 체제 전환은 이광구 행장이 큰 관심을 쏟는 사안이다. 은행 살림은 각 그룹장에게 맡기고, 지주 법인 설립 및 계열사 개편 등은 직접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이 행장은 새 행장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 해 말부터 지주 체제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왔다. 새 행장으로 결정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지주 전환 계획을 힘줘 말했다.

      우리금융지주(가칭) 설립의 이점으로는 자본비율 개선이 꼽힌다. 현재 우리은행 산하인 우리종금·우리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는 위험가중자산(RWA) 보유율이 높아 자본비율 산정에 불리하다. 이들을 지주 산하로 편입하면 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이 1.2~1.3%포인트가량 오를 것으로 우리은행은 기대한다. 이에 따라 10~20bp(0.1~0.2%)가량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따르는 비용을 조달하기에도, 계열사 간 정보를 공유하기에도 지주 체제가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주 전환을 위해 법인 설립 등 비용이 발생하고, 지주 체제에 따른 규제도 생기기 때문이다. 조직 개편 및 인사 과정에서 생기는 임·직원의 업무 집중도 하락도 불가피하다.

      지주 체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받는 사업 다각화도 당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간담회에서 이 행장은 "캐피털사·부동산관리사 등 작은 금융사부터 시작(인수)할 계획이며, 증권·보험사 인수는 나중 얘기"라고 밝힌 바 있다. 과점주주인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의 반대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달금리 또한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신용평가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가 생기더라도 구조 변경에 따른 단순 지표 상승일 뿐 실질적으로 자본이 확충된 것은 아니"라며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원도 "지주사는 은행에 비해 청구권 상 후순위성이 존재해 채권자 입장에서 매력이 특별히 크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면서 "최근 채권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구조 변화만으로 10~20bp의 금리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실익이 크지 않음에도 이 행장이 지주 전환 의제를 설정, 밀어붙이는 것은 민영화 이후 새 목표를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아직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탓에 대선 이후 관치금융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선제적인 목표 설정과 추진, 그에 따른 변화는 무시할 수 없는 레퍼런스가 돼 혹시 모르는 '낙하산' 인사 시도를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