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조사서 내부제보 '부메랑' 걱정…인사 발표 미루는 롯데
입력 2017.02.09 07:00|수정 2017.02.09 07:00
    늦어도 설 전에 발표된다던 2017년도 임원인사
    '특검 리스크'에 발목 잡혀 지연
    인사결과가 특검 조사서 부메랑 될 가능성有
    롯데 "이르면 다음주 안에 임원인사"
    • 롯데그룹이 2017년 정기 임원인사를 설 연휴를 넘기도록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승진·전보)에서 배제된 임원들이 특검 조사에 소환될 가능성을 열어둔 그룹의 '속사정'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특검 조사에서 롯데에 불리한 내부정보를 제보할 경우를 대비, 임원인사 시기를 특검 이후로 조율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매번 임박했다는 임원인사는 두 달째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매해 12월말에 임원인사를 단행해왔다. 올해는 늦어도 설 연휴 전에 발표할 것이란 회사와 시장의 예상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일각에선 롯데가 인사결과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특검 리스크를 고려해 인사 발표 시기를 특검 이후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혹시라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임원들이 특검 조사에 소환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롯데의 의혹을 입증할 단서를 제공하기라도 한다면 그 여파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내 임원 수가 493명(16개 계열사)에 달하고 있는 만큼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진다면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는 잃어버린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 탈환을 위해 이번 게이트와 관련돼 로비를 했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삼성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롯데와 SK 등 다른 대기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특검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2월말까지 진행될 박영수 특검의 활동을 지켜보며 섣불리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 그룹 내부적으론 이미 조직개편과 함께 이뤄질 새 인적개편의 내용을 확정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역시 일찍이 롯데의 의뢰를 받고 그룹 측에 정책본부를 축소하고 그룹을 4개의 큰 부문으로 나누는 내용의 개편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 내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안으론 정기 임원인사가 이뤄질 분위기도 감지된다"라며 정확한 발표 시기는 못 박지 못했다.

      올해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재계 안팎으로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3여년간 평탄치 않았던 롯데에 있어 '분위기 쇄신카드'가 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 구체적으론 올해 롯데가 넘어야 하는 큰 산인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퍼즐이다. 롯데그룹은 94곳의 계열사들을 유통, 호텔·리조트, 식품, 화학 등 4개 부문(Business Unit, BU)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각 BU는 총괄사장 개념의 그룹장이 맡아 이끌게 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4명의 그룹장을 선정,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인사의 핵심은 이들 그룹장이 누가 되느냐와 세대교체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각각의 그룹장 후보군은 한 명 또는 두 명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은 세대교체 여부로 좀 더 모아지고 있다.

      롯데 주요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으로 높은 편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절반가량이 60대 후반이다. 큰 폭의 인사 물갈이가 이뤄질 진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년 2개월 만의 대대적인 인사인 만큼 임원들이 대폭 교체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그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인사가 될 것이란 데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