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결국 '시늉'만 낸 국민연금
입력 2017.02.10 07:00|수정 2017.02.13 10:51
    작년 말 "도입 논의 중" 이후 진전 없어
    "효과 및 업계 확산 고려하라" 지적에도
    도입 대신 '자체 규범' 마련 쪽으로 선회
    •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신뢰를 제고하겠다며 기본 계획을 만들어 발표했으나 결국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에 관한 내용은 쏙 빼놨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의지가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초 "신뢰 제고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 등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데 따른 대책이라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태스크포스(TF)팀 형태로 신뢰제고위원회를 만들고, 기금운용과 제도·서비스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행 방안의 핵심은 '기금운용 투자 원칙에 기반한 행동 규범 마련'이다.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자체 원칙을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투자 원칙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내부 지침으로, 자체 규범을 마련해 투자 결정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방침은 결국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포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저울질하다 내부 지침을 '행동 규범' 형태로 확장하는 방법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중심으로 한 내부 지침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고사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 이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코드 도입 대신 자체 행동 규범 마련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 같다"면서 "이번 결정 이후 자체 규범을 내세우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거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체 규범은 그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제정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초기)과 학계 관계자, 민간 단체 등이 고루 참여해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감시자 수가 늘어난다. 국민연금이 기금을 운용할 때 외압에 휘둘리지 않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으로 스튜어드십코드가 확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의 핵심 이해관계자로 국민연금을 꼽고, 참여를 촉구해왔다.

      50조원가량을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에 위탁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위탁사 선정 조건에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사항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운용업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안착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된 내부 논의는 답보 상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지속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작년 말 최고투자책임자(CIO) 인터뷰 형태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회한 뒤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라며 "문형표 이사장이 구속된 상태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처럼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