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전략통…리스크관리는 처음
"채권 포지션 늘렸다…수익 기회 있다"
"성과 지향과 리스크 사이서 균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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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에 위기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천수답(天水畓)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더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지난 몇 년간 든든한 수익원이 됐던 채권평가이익과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수익은 역으로 숨통을 조이고 있다. 국내외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 불확실성 속에서 증권사들은 생존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진다.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급변사태를 대비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영업부서에 발판을 놓아줘야 한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4대 대형증권사의 CRO를 차례로 만나 리스크관리 철학과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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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채권 포지션을 연말 대비 오히려 늘렸다. 실적도 의외로 좋다. 수익도 제법 났다. 우리 회사의 시각으로는 올해 금리가 오르긴 오르지만, 'N자형'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염상섭 NH투자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사진)은 올해 처음으로 리스크관리를 담당하게 됐다. 30년 가까운 증권업 경력 대부분을 현장과 경영전략파트에서 보냈다. 모두가 채권평가손실을 우려하는 이 때, '채권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때 내야 한다'는 발상을 할 수 있었던 건 그가 관리자라기보단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리스크관리에 대한 생각도 일반적인 것과는 방향이 조금 달랐다. 그는 "'리스크'라는 말의 어원은 의외로 '용기와 도전'이다"라며 "리스크를 오래 관리해온 전문가들보다 세부적인 지식이 적을 순 있지만, 앞을 내다보며 사업을 조율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위탁매매와 트레이딩, 그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는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은 수익을 위해 대체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염 본부장이 말한 대체투자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선진국에 투자한다. 그리고 대형 현지 금융사도 참여하는 큰 거래에 참여한다. 선진국 투자는 법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고, 큰 거래는 그만큼 리스크 분산이 가능한 까닭이다.
최근 집행한 뉴욕 화력발전소 투자가 이런 원칙 아래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리스크 수준이 여전히 높거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이슈가 생길 경우에는 셀다운(sell-down;2차 매각)을 활용한다. 수익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의 리스크 요인을 줄이는, 비교적 공격적인 방식의 리스크 관리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우려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과거 부동산 부문 자산이 많았던 NH농협증권과 합병할 당시 위험한 사업장은 선제적으로 상각 처리한 덕분이다. 이전에 리스크관리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회사 전체적으로 부동산 부문에 인색한 기류도 있었다.
주식연계증권(ELS)등 파생결합증권은 줄여나가고 있다. 그는 "비싼 수업료를 치뤘다"며 "ELS에서 나오는 수익을 향유하기만 했던 게 지나고 보니 아쉽다"고 말했다. 발행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앞으로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ELS는 이제 증권사 수익원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게 염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스스로를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전략 부서에서 딜(Deal)을 취하는 방안을 고민해봤기 때문에 성과 지향과 리스크관리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은 자기자본 투자(PI)를 적절히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따라서 위험 회피에만 치중해 리스크를 관리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염 본부장의 생각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리스크관리 업무를 처음 맡으셨다. 부담은 없으신가.
"'리스크'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어원이 '용기를 갖고 도전하다'라더라. 증권업에 오래 몸담으면서 증권사의 사업 구조 변화를 몸소 겪었고, 그에 따른 고민도 많이 해왔다. 리스크를 오래 관리해온 전문가보다 세부 지식은 적을 수 있지만, 앞을 내다보며 사업을 조율 가능하다는 장점이 제게는 있다고 생각한다. 자산관리(WM) 등 영업 부서에도 오래 있어 현장(Front)과 소통에도 능하다."
- 능동적인 성향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라는 느낌이 든다. 불확실성이 큰데 불리하지 않겠나.
"증권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초대형 IB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활용이 필수고, 리스크관리 관점에서만 사업을 바라봐서는 진행이 어렵다. 취할 수 있는 위험 대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특히 전략을 담당하며 딜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래 고민해온 만큼, 위험 회피에만 치중하기 쉬운 오랜 경력의 CRO에 비해 중립적이다. 리스크관리와 성과 지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파생상품 및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 2년 간 ELS 관련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 과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지금은 ELS를 대체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시장을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ELS라는 금융상품에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증권사가 뛰어들었고, 많은 투자자들이 가입했다. 특정 상품과 지수에 집중되면서 헷지(위험회피)가 어려워졌고, 결국 위기가 온 셈이다. 돌이켜 생각하니 다소 아쉽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 과거 NH농협증권 시절 많았던 부동산 자산은 합병하면서 모조리 정리했다. 감액 처리한 자산도 많고 100%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통합 이후 부동산 관련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
- 채권은 어떻게 관리하시나.
"의외로 올해 들어 채권에서 벌고 있다. 우리 회사의 전망으로는 올해 시장금리가 오르긴 오르지만, N자형으로 오를 거라고 본다. 국내 기준금리는 경제 사정상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매매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본다. 채권 포지션을 매일 아침 확인한다. 보유량도 좀 늘리고 금리 방향성 위험 한도(Delta)도 소폭 열어놨다. 요즘 돈 벌 수 있는 영역이 IB와 트레이딩밖에 없지 않나. IB야 리스크만 잘 관리하면 꾸준히 벌지만, 트레이딩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회사의 수익 목표를 생각하면 무작정 채권 포지션을 줄일 수만은 없다. 다만 이상 기운이 감지되면 과감히 줄일 계획도 있다.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게 원칙이다."
- 위탁매매에서 돈 버는 시대가 지났다. 대체투자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원칙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법적 체계 정비가 끝난 선진국에서 투자한다는 것, 두 번째는 글로벌 주요 금융회사가 참여한 규모 큰 딜에 투자한다는 것. 이렇게 사회적 리스크와 관리 위험을 줄인다. 최근 발전소 투자 등이 이렇게 이뤄졌다. 결국 조건 좋은 딜을 어떻게 가져오느냐가 문제인데, 초기 실적(트랙레코드)을 쌓기 위해 수익을 좀 덜 보더라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에 편입된 뒤 장점 중 하나인데, 그룹 내 신디케이션이 수월하다. 큰 기관투자가인 계열사들이 힘이 돼준다. 인수금융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우리금융그룹에서 NH농협금융그룹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분위기가 다를 텐데, 적응하기 어렵지 않으셨나.
"우리금융그룹은 민영화 과정에 있었던 지라 경영 과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은 확실한 대주주가 있으니 관리받는 것이 당연하다. 충당금과 새 보험회계기준(IFRS9) 등으로 계열사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은행계 금융지주인 만큼, 리스크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 규제 자본이든 리스크든 한도를 지키며 초과 성과를 내 그룹에 기여할 방안을 찾고 있다."
- NCR 규제 완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NCR 관리를 위해 화이트보드에 비율을 적어놓고 상시 확인한다. 대체투자에서 특히 규모 큰 딜 위주로 참여하는데, 하나의 딜로도 NCR이 20% 가까이 깎이는 경우가 있다. 이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외부에 곧바로 알려진다. 대형사로서 대외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버퍼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셀다운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 버퍼라는 것이 사실상 잉여(Idle) 자본 아니겠나.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기업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올해 증권사 리스크관리 화두는.
"대형 증권사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정치 불안에 따른 변동성도 큰 상황이다. 자본을 키우면서 늘어난 자산의 건전성을 동시에 챙겨야 한다. 개인적인 소망을 말하자면 올 한 해 큰 이벤트(문제) 없이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고 싶다."
◆ 염상섭 NH투자증권 본부장 약력 : 1966년 부산 출생. 1984년 부산 브니엘고 졸업. 1988년 고려대 법학 학사. 1988년 LG투자증권 입사. 2006년 우리투자증권 인사부장. 2008년 전략기획부장. 2009년 영업전략부장. 2012년 테헤란로 WMC센터장 2014년 NH투자증권 경영전략본부장. 2016년 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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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