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한국證 CRO "'분산'이 핵심…액션플랜으로 위기 대비"
입력 2017.02.16 07:13|수정 2017.02.21 16:21
    [2017년 4대 증권사 CRO 인터뷰 : 한국투자증권]
    리스크-영업지원 균형추구 CRO
    "손실 여부는 운용하기 나름…개입 최소화"
    "리스크관리의 핵심은 분산…쏠리면 사고"
    •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에 위기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천수답(天水畓)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더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지난 몇 년간 든든한 수익원이 됐던 채권평가이익과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수익은 역으로 숨통을 조이고 있다. 국내외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 불확실성 속에서 증권사들은 생존과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진다.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급변사태를 대비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영업부서에 발판을 놓아줘야 한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 4대 대형증권사의 CRO를 차례로 만나 리스크관리 철학과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 "리스크관리의 핵심은 분산이다. 자산은 물론 기간, 시점, 규모를 모두 분산한다. 전략적 한도 조절로 균형을 맞추며 필요한 시점엔 영업부서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해 상반기 모두가 주식연계증권(ELS) 발행을 줄일 때 우린 한도를 대폭 늘렸고, 결과적으로 리스크를 크게 줄이며 상당한 수익을 볼 수 있었다."

      이해욱 한국투자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사진)은 사내 영업부서 사이에 깐깐한 리스크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한도를 관리하지만, 전략적으로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리스크관리만 10년을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은행계에 비해 리스크관리 역량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그의 이런 경력에서 나온다.

      그의 리스크관리 원칙은 현업 부서에 한도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금융시장의 우려가 큰 채권 포지션의 경우, 지난해 선제적으로 리스크관리 액션 플랜(Action Plan)을 만들었다. 기준점을 만들고 위험요소가 이를 넘어서면 리스크관리부가 나선다. 위기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매뉴얼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적확한 시점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리스크를 심사하는 전문 심사역도 올해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올해 증권사가 마주한 리스크를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요약했다. 우선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기업들의 업황이 나빠지며 신용(크레딧)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체투자도 수요는 꾸준히 느는데 투자 기간이 비교적 장기간이고, 유동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 올해 신용과 대체투자에서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 등급 평가를 바탕으로 2~3년 전부터 기업여신 비즈니스를 늘려왔고, 다른 대형사 및 은행계 증권사와 견주어 경쟁력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대체투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잘 할수 있는 상품'에 집중해 외연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시장에 대해 완벽히 이해해야 우량한 거래를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투자 상품을 인수해 투자자에게 공급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도 성장성이 커 매력적이라는 입장이다.

      파생상품과 부동산금융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주가연계증권(ELS)은 올해에도 여전히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쏠림 현상이 줄어들고 다변화가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역시 전체적인 시장 전망은 밝지 않지만, 개별 건마다 보수적으로 접근해 안전성과 수익성을 따지면 충분히 올해의 먹거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독립계 증권사의 리스크관리 역량이 은행계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기업 신용평가 및 리스크관리 경험이 은행계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환매조건부채권(RP)을 취급하면서 담보로 채권을 활용하지 않나. 국고채 뿐만 아니라 회사채도 많이 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용평가가 필수다. 심사 관련 부서에서 평가한 내부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심사역들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정보 취합해 정성적인 평가도 진행하고, 신용평가사 등급도 참고한다. 중소기업은 몰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는 심사 역량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다. 채권평가손실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

      "현업 부서와 협의해 리스크관리 액션 플랜을 지난 해 만들었다. 손실은 시장 여건이 불리하거나, 운용부서에서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시장이 부정적이더라도 운용부서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익이 나거나 손실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리스크관리부에서 개입할 필요 없다. "OO% 줄여라" 같은 무조건적인 요구는 없다. 반면 현장에서 대응을 못해 수익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리스크관리부가 나선다. 1단계는 포지션 축소, 2단계는 한도 조정이다. 기본적으로는 현장에 맡기되,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 ELS는 어떻게 관리하시나.

      "한 번의 고비는 지났다. 적절한 시기에 작은 '매'를 맞았고, 당분간은 여전히 증권사의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투자처 혹은 금융상품 대비 여전히 고수익이다. 우리는 위기론이 팽배했던 작년에 한도를 풀었다. 주가가 조정을 받았으니 리스크가 줄었다고 봤고, 그 상태에서 발행하는 물량은 조기 상환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역선택을 한 셈인데, 이 전략이 주효했다. 최근 발행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작년에 한도를 증액해 발행했던 물량이 조기 상환돼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미를 본 고객들이 ELS 혹은 다른 상품에 재투자하는 선 순환 구조다."

      - 부동산금융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다. 부동산 영역에서는 자금 수요가 끊이지 않을 텐데 계속 사업할 수 있지 않겠나. 단 시장 상황에 따라 우량한 물건을 선별할 필요는 있다. 자금도 탄력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최근 2년 간 주거용을 중심으로 부동산 공급이 많지 않았나. 반면 정부에서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을 내놨다. 수급이 안 맞으니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자금은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부동산 관련 지급보증 신용공여 매입약정 전부 한도가 있다. 보수적으로 심사하겠다."

      - 특별히 우려되는 사업 분야가 있나.

      "신용과 대체투자 부문이 우려된다. 신용공여와 지급보증·매입약정에 발행어음 사업까지 추가되면서 금융투자사의 신용 노출도(Exposure)가 커지는 추세다. 반면 시장 상황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경기도 안 좋고 한계기업이 늘어난다. 기업 신용등급도 계속 하락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체투자에서는 수요가 계속 느는데 투자 대상의 유동성이 낮아지는 점이 우려된다. 기간이 3~8년에 이르는 장기성 투자가 대부분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데 장기 노출 포지션이 대부분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 올해 수익원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신용공여 사업. 대출과 지급보증·매입약정 등의 시장 수요가 아직 크다. 대형 투자은행(IB)은 좋든 싫든 이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리스크가 크다지만, 수익도 그만큼 클 것도 자명하다. 두 번째는 대체투자다. 전통적인 투자처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개인이든 기관이든 대체투자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대체투자 상품을 인수해 투자자에게 공급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도 성장성이 커 매력적이다."

      - 부동산과 항공기·발전소 등 대체투자도 분야가 다양하다. 관심 있는 분야나 심사 원칙은.

      "모든 투자처에 관심은 있으나, 잘 하는 영역에 주력하며 외연을 늘려갈 계획이다. 심사 원칙은 우리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상품을 취급한다는 것. 해당 시장에 대해 완벽히 이해해야 우량한 딜(Deal)을 선별할 수 있다. 선별의 핵심은 전문성을 갖춘 심사 인력이다. 다년 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에퀴티(Equity) 투자라면 매입 시 가치평가(Valuation)가 적정해야 한다. 이는 경쟁이 과열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다. 자칫하다가는 투자 회수(Exit)를 못해 발이 묶인다. 회수를 위해서는 시장 전망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임차 거래 상대방과 기간 등 조건도 고려 대상이다."

      - 당국의 증권사 대형화 정책에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

      "심사 관련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인력에서 두 배가량 늘리게 될 것 같다. 신용공여와 대체투자 모두 심사 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관련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경력을 가진 외부 경력직을 충원할 예정이다. 금융업이 고도화될 수록 상품화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된다. 은행부터 신평사 시행사 건설사 부동산신탁사 여전사 등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겠다."

      -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규제 개혁 방향이 있다. 예컨대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한도 기준을 낮추는 것 등.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데 늦어지는 점이 아쉽다. 장외 파생상품 관련 옛 NCR 규제 등도. 사업에 제약 사항으로 작용하니 빨리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리스크관리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핵심은 분산이다. 시기 지역 가격 통화 등 특정 요소에 쏠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예를 들어 ELS의 경우 쏠림을 막기 위해 우선 발행 잔고의 한도를 관리하며 분산하고 있다. 한도가 있으면 발행 가능한 버퍼(Buffer)가 정해져 있으니 현장에서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 특정 시점이나 가격대에 발행이 몰리지 않는 효과가 난다. 두 번째, 평가 변수를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상관계수를 바꿨고, 부채도 부정적인 상황을 가정해 평가한다. 수익성이 낮게 평가되므로 추후 여건이 부정적으로 바뀌어도 대응하기가 쉽다. 세 번째,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할 예정이다. 금리나 주가가 바뀔 때 손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기 위해서다. 현업 부서에 액션을 취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 이해욱 한국투자증권 본부장 약력 : 1964년 서울 출생. 1982년 서울 상문고 졸업. 1989년 연세대 경영학 학사. 1989년 대우증권 입사. 2004년 메리츠증권 리스크관리팀장. 2007년 한국투자증권 리스크관리부장. 2015년 한국투자증권 CRO 및 한국투자금융지주 RM실장 겸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