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들 투자회수 영향 줄까 '우려'
화장품사 옥석 가리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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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화장품 산업 투자에 한창이던 사모펀드(PEF)들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투자 계획을 잠정 중단하거나 투자 후 회사 실적이 꺾여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투자 후 양호한 실적을 내더라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년간 사모펀드들의 '화장품 사랑'은 유별났다. 작년 6월 골드만삭스ASSG·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4000억원 규모의 카버코리아 지분 인수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A.H.C브랜드로 유명한 이 회사의 지분 매각을 놓고 시장에선 '과연 그만한 가격을 줄 만한 회사냐'라는 언급이 적지 않았지만 과감한 인수가 단행됐다.
이전 해인 2015년에는 이하늬 '마유크림' 생산업체인 비앤비코리아에 SK PE·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1200억원을 투자했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이 한불화장품 자회사인 잇츠스킨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네오플럭스 역시 같은 해 B2B 화장품사인 펌텍코리아에 대한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작년 9월엔 퀸테사인베스트먼트가 JKL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지디케이 화장품을 사들였다.
이밖에도 업계 최대 관심매물인 네이처리퍼블릭을 둘러싼 불확실한 매각설은 화장품 시장을 수시로 뒤흔들었다. 전방위 로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을 놓고 논란이 됐지만 매각이 정식으로 진행되면 숱한 사모펀드들이 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드 이슈로 달라진 대중관계 변화로 이런 분위기는 사그라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최근 또다시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불허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방한 중국인 수까지 통제하면서 국내 화장품사 실적과 기업가치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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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슈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 반영될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 비중은 40%대에 달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업계 황금주로 불리던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줄면서 이달초 아모레 주가는 최근 2년 새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낙폭했다.
PEF들의 투자 대상이 되는 중소형 화장품사들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중소형사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과 같은 브랜드 회사가 거두는 실적의 영향을 1차적으로 받는다. 대형사의 실적이 좋으면 이들 전방산업의 낙수효과를 크게 받지만 반대로 실적이 저조하면 그만큼 타격은 커진다.
한 PEF 관계자는 "실적이 좋은 중소형사들이 현재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지 확신이 서지 않게 됐다"라며 "중국의 규제가 더 강화된다면 화장품 시장이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검토가 중단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마스크팩용 부직포 제조업체인 피앤씨산업은 최근 2000억~3000억원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SC PE등 일부 사모펀드들이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다. 안정적 사업을 기반으로 향후 3년~5년간은 호실적으로 낼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작용했다. 피앤씨산업은 그러나 사드 이슈가 불거지며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하고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이다.
PEF들의 화장품사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에는 국내 PEF들이 유행하는 산업에 너나 할 것 없이 투자하는 성향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의 고도성장과 중저가 브랜드 회사들의 연이은 성공이 PEF들의 화장품사 투자에 있어 허황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은행 (IB) 업계 관계자는 "유행산업에 치우쳐 투자하는 성향이 화장품사 투자에서도 드러났다"라며 "특정 제품이나 지역에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업체에 투자한 경우 투자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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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