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수장엔 금융전문가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
롯데 순혈주의 깬 외부인사들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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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세력 강화에 방점이 찍힌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외부출신 승진자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핵심 계열사 수장에 오른 이들이 보수적인 롯데에서 영향력을 확장할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올해 롯데 인사의 특징은 경영혁신실 신설과 비즈니스유닛(BU)장 시스템 도입 그리고 각 BU장과 긴밀히 소통할 주요 계열사 10곳의 대표로 젊은 임원들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50대 임원들이 계열사 수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롯데의 순혈주의를 뚫고 약진한 외부인사들이 눈에 띄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호텔롯데의 신임대표로 내정된 김정환 현 호텔롯데 개발부문장(부사장)이다. 김정환 신임 대표이사는 삼성그룹(호텔신라) 출신으로 2012년 호텔롯데로 영입된 지 5년 만에 호텔롯데 수장에 올랐다.
34년간 호텔업에 몸담아온 그는 호텔·기타 BU장에 임명된 송용덕 부회장과 함께 호텔롯데의 국내외 인수·합병(M&A)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호텔롯데는 2015년 6월 국내 브랜드 호텔로서는 처음으로 뉴욕 소재 호텔(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8920억원에 사들였고, 올해는 중국 선양 지역을 비롯해 러시아, 베트남 지역 호텔사업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호텔롯데의 해외사업 확장은 그룹 전반의 M&A와 궤를 같이한다. 롯데는 상징성 있는 해외 호텔사업을 발판 삼아 '롯데'라는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고 비(非)유통 부문으로 M&A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호텔롯데 측은 "김 신임대표는 향후에도 이같은 국내외 M&A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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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정환 신임 호텔롯데 대표이사, 김창권 신임 롯데카드 대표이사,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
롯데카드 신임대표에 내정된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역시 외부인사다.
김창권 신임대표는 롯데 내 일본 인사를 제외하곤 외부인사로선 최장기간(8년)동안 단일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인물이다. 롯데자산개발이 창립된 2007년부터 대표직을 맡아왔다.
그는 그룹의 각종 쇼핑타운·리조트 개발을 비롯한 부동산 사업을 안착시키며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받아왔다는 평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신동빈 회장이 추진한 4500억원 규모의 '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 사업을 진행한 계열사이기도 하다.
김 신임대표는 산업은행을 거쳐 한국자산관리공사 해외자산유동화부 팀장을 역임했고 모건스탠리프로퍼티즈 코리아 상무이사, 삼정KPMG 전무이사를 지냈다.
롯데 측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김 대표를 롯데카드 대표로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롯데카드를 맡아온 채정병 대표는 고문직으로 물러나게 됐다.
또 다른 외부인사로는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있다.
김종인 대표는 에쓰오일에서 전략기획을 맡던 2003년 롯데백화점 경영전략실로 경력 입사했다. 이후 롯데마트로 옮겨 13년간 기획실장과 해외사업본부장, 중국본부장 등을 거쳤고, 201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연소 대표이사(부사장)로 발탁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롯데마트의 국내외 실적부진에도 김 대표가 유임된 배경에는 롯데 유통부문의 중국사업 중요도가 크다는 점이 자리한다. 이번 인사에서 유통 BU장을 포함해 유통사업 요직엔 중국 전문가들이 배치됐다. 중국에만 마트 99곳과 슈퍼 16곳을 보유한 롯데마트를 계속해서 이끌어 갈 인물로 중국본부장을 지낸 김 대표가 선택됐다는 해석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올 1월 쿠팡·이베이 등 젊은 IT기업에서 상무 이상급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가 외부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온통 내부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순혈주의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2015년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출범,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보수주의 깨기'의 첫 테이프를 끊은 바 있다. 이후 내홍을 겪으며 잠잠해진 해당 위원회가 활동에 재시동을 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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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2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