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잇단 사업부 분사...수익성 부족으로 만든 출구전략?
입력 2017.03.08 07:00|수정 2017.03.08 07:00
    카카오브레인·카카오페이·카카오메이커스 등
    先 분사 後 투자유치…"수익성 떨어져 자체 투자 어려워"
    잘 되면 상장 안 되면 정리…'꼬리 자르기' 위한 포석?
    • 카카오가 잇따라 신사업 조직을 떼어내고 있다.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늦어지는 수익화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인해 카카오로선 '사업부 분사'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2일 소셜임팩트 사업부를 분사해 '카카오메이커스' 신설 독립 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메이커스는 공동 주문생산 플랫폼을 운영한다. 지난해부터 카카오는 여러 신사업 부문을 쪼개 자회사로 편입하고 있다.

      웹툰·웹소설 사업부인 다음웹툰은 지난해 9월 카카오로부터 분사돼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포도트리에 사내독립기업(CIC)으로 흡수됐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카카오 내 AI 연구조직과 간편결제 및 핀테크 부문도 올해 초 각각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페이로 분사, 독립 신설 법인이 됐다.

      회사는 "시장 변화가 빠른 신사업들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며 "구성원들의 책임감을 제고하는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신사업 조직들을 분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은 카카오의 사업부 분사는 신사업들을 키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지적한다. 수익화가 늦어지고 이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실제 회사의 주력사업인 광고 부문의 영업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014년 4분기 1694억원의 매출을 올린 광고 부문은 2015년 4분기 153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역시 광고 부문의 매출은 1414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카카오 연결기준 영업이익 역시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6년 2분기부터 편입된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익을 제하면 감소세는 더욱 크다. 주력 사업에서의 수익성이 휘청이면서 카카오의 현금 창출력 또한 떨어지고 있다.

    • 한 증권사 연구원은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현금흐름(캐시플로우)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며 "결국 자체적인 투자가 어려워지다보니 분사 후 외부 투자를 유치해 신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지분은 외부 투자자에 매각하는 형태인데 최근 알리페이로부터 투자를 받은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네이버 역시 웹툰 등 신사업들을 쪼개 자회사로 편입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 등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모회사가 직접 투자금을 마련하거나 계열사에서 출자하고 있다"며 "결국 카카오는 돈이 없기 때문에 분사 후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법은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자금조달 문턱도 영향을 줬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미 지난해 말 카카오 신용등급(AA-)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늦어지는 수익화로 인해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3439억원, 총차입금은 1조129억원에 이른다"며 "올해 초 CP(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단기차입금 규모를 줄였지만 충분치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수익모델 안정화가 늦어지며 재무구조 개선 역시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신용도 하향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지난해 회사채를 조기상환하며 회사 스스로 향후 3년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보여준 모양새가 됐다"며 "회사채 발행은 할 수 있겠지만 보수적인 기관 투자자들에 호응을 받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신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구전략 마련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잘 되면 IPO(기업공개)를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잘 안 될 경우 쉽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집단경영체제에서 O2O·게임·콘텐츠·핀테크 등 7개 사업부문별 체제로 개편한 것 역시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에 정통한 관계자 역시 "예컨대 게임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남궁훈 부사장은 다음게임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인수한 엔진(現 카카오게임즈)의 대표도 맡고 있다"며 "카카오 외부에 사업체 그대로 두고 내부 부문 대표로 들어오는 방식인데 잘 되면 지금처럼 사장을 준비하고 안 되면 쉽게 계열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신사업의 향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떼어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부 사업부로 있을 때에도 안정적으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했던 사업들인데 분사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오히려 개별 사업부의 기업가치들이 모회사에서 빠져나가면서 그렇지 않아도 하향세가 계속되고 있는 카카오 기업가치·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