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은 따스한데'...바이오·제약 IPO는 '찬바람'
입력 2017.03.08 07:00|수정 2017.03.08 07:00
    올해 상장 기업 다수 공모가 하단서 가격 결정
    흥행 가능성 높았던 지난해 상반기와 상반된 분위기
    바이오·제약주 저조한 참여율 보여
    • 지난해만 에도 '귀한 몸' 이었던 바이오·제약 회사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국내외 악재가 겹친 탓이다. '장밋빛 특수'를 기대했던 발행사와 주관사는 의외의 시장 반응에 흥행 기대는커녕 실권주가 발생하진 않을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올 들어 이번주까지 총 9곳의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이 상장을 진행했다. 적은 수는 아니다. 상반기에 상장한 기업이 몰렸던 지난해에도 같은 기간 같은 수의 기업이 상장한 바 있다.

      다만 다수의 기업이 공모 흥행에 성공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지난해 당시엔 중국기업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와 전자기기 부품제조업 한솔씨앤피를 제외하곤 모두 밴드 상단 혹은 그 이상에서 공모가를 정했다. 많게는 1000대1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의 경우 스마트카 솔루션 제조업체 모바일어플라이언스와 디스플레이 부품장비 전문업체 에프엔에스테크만이 수월하게 코스닥에 입성했다. 양사는 수요예측 흥행으로 밴드 상단에서 가격을 결정했고, 일반청약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3년간 IPO 시장을 이끌었던 바이오·제약 업종은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절반이 바이오·제약 업종이었지만 모두 수요예측 부진으로 밴드 하단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했다. 공모가를 한껏 낮췄는데도 일반 청약이 크게 흥행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주요 제약사의 임상 중단 등 악재가 겹쳐 투자자의 기대감이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대통령 당선 이후 약가 인하 압박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대외 변동성이 확대됐다. 매출이나 이익 등 수치가 확인되지 않아 막연한 기대감으로 성장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 역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젠, 애니젠, 엘엔케이바이오 등 지난해 상장한  바이오·제약주 일부가 공모가 대비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세 회사 모두 3일 종가 기준 30%에 가까운 하락폭을 기록했다.

      IPO를 담당하는 증권사 관계사는 "연초까지도 국내외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어지면서 다수의 기관들이 일부 종목에선 수요예측 참여를 포기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주였던 화장품 업종 역시 지난해만큼 분위기를 타지 못하고 있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SD생명공학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가격에 반영했지만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SD생명공학의 대표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연초부터 약 17억원의 실권 물량을 떠안게 됐다.

      바이오·제약 관련 업종 상장을 준비하는 주관사들은 최근 시장 상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장 상반기중 약 8000억원을 공모할 예정인셀트리온헬스케어과 함께 선바이오·아스타 등 바이오 기업의 상장이 기다리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IPO 담당 실무진은 "올해는 주관사들이 실권주를 떠안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준비하는 발행사들과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