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고정비 부담 고스란히 떠안게 돼
"뚜렷한 계기 없인 분위기 전환 어려워"
일부 투자자들, 中사업 철수 재요구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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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롯데마트가 또다시 중국사업 적자에 허덕일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점포들의 잇따른 영업정지로 고정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례적인 중국 점포 영업정지 사태는 결정적인 계기가 없이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롯데그룹 안팎의 분위기다. 때문에 롯데마트 중국시장 철수를 원해 온 투자자들의 요구가 또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중국 롯데마트 점포는 전체 99곳 중 약 25%인 23곳까지 늘어났다. 무작위로 점포를 선택해 한 달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는 식의 중국 측 압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로선 설상가상이다. 사드 이슈와 무관하게 중국 할인점 사업은 바닥을 찍고 있었다. 흑자점포가 없어 인도시아·베트남에서 거둔 이익을 까먹는 중이었다.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째지만 매출기준 업계 순위가 15위에 멈춰있다. 점포 수 기준으로 1위(알티마트), 2위(까르푸)의 10분의 1에 그친다. 점포 효율화 작업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이는데 집중해 온 가장 큰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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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질적성장' 주문에 발맞춰 이어가려던 구조조정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임차료·인건비 등 고정비성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영업적자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23곳이 한 분기 동안만 폐쇄한다고 가정해도 롯데 중국마트 사업은 수백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히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해외매출 2조5000억원 중 절반이 중국 몫이었다. 국내마트 매출 중 고정비 성격의 판관비 비중이 약 30%인 점을 고려했을 때 중국에서의 영업정지 부담은 크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할인점 사업구조를 보면 변동비 부담이 거의 없는데 중국 점포도 국내와 유사할 것"이라며 "장사를 중단하면 고정비는 즉시 적자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투자자들의 중국시장 철수 요구를 또다시 마주하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그간 투자자들은 고강도 구조조정 또는 철수를 강하게 권해왔다"라며 "그룹도 이제는 철수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한·중·미 정상회담과 같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시장 철수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 측 관계자는 "일본이 겪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사태가 해소되는 데 3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반한 감정으로 인한 롯데의 중국사업 불확실성도 단기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가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제값에 점포를 팔긴 어렵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년에 걸쳐 중국사업 영업권 상각 작업을 했지만 롯데가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투자자들은 철수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은 "중국 현지의 사업 효율화 작업 방향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라며 "실시간으로 현지 직원들과 상황을 확인하며 사태 확산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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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07일 11: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