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 1위보다 '종합 1위'가 중요...종합컨설팅 강자"
증권사는 다양한 고객군을 보유한 채널사...기본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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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사진)은 5년 전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크로스보더'(국내-해외간 인수합병) 시장의 성장을 이야기했다. 올해에도 그의 화두는 '크로스보더'와 '해외 투자'였다. 5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5년 전엔 희망사항이었고, 지금은 시대적 운명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30년간 자본시장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그와 오래 신뢰를 다져온 고객들이 저성장·저금리에 지쳐 '투자할만한 해외 자산'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며 국내에 달러가 쌓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해외 투자에 나설 적기라는 게 정 부사장의 생각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 자문사인 에버코어와 제휴를 맺은 이후 딜리스트(deal-list;거래목록)를 수없이 주고 받으며 거래를 준비하고 있다"며 "2분기에는 뉴욕 에버코어 본사에 직접 우리 실무자를 파견해 더 깊은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뿐만이 아니다. 그는 해외 대체투자(AI)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유가증권은 가격 변동성이 크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통자산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나 뉴욕 등 미국 발전소 사업에 투자했다. 이자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판단에서다.
투자 원칙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고 ▲가격탄력성이 있고 유동성이 좋은 자산이다. 좋은 자산을 발견하면 총액인수로 투자하고, 이후 재매각(셀다운)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공급한다. 정 부사장은 "현금흐름이 나오는 모든 상품은 유가증권으로 만들 수 있다"며 "10년물 장기채 수요가 생기는 등 시장이 변화하며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장 전략의 바탕엔 국내 1위 IB로서의 역량과 자신감이 깔려있다. 정 부사장이 이끄는 NH투자증권 IB는 기업자문 및 토탈솔루션(전사적 해법)을 제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증권사 중 하나다. 지난해에도 자문 부문에서만 200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완료된 넷마블의 미국 카밤스튜디오 인수가 대표적이다. NH투자증권은 카밤 인수에 인수금융 및 브릿지론(bridge-loan)을 제공했다. 넷마블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일시적으로 늘어난 부채를 갚을 계획이다. 이 IPO 주관도 NH투자증권이 맡는다. NH투자증권은 코오롱, CJ, 현대중공업 등 수많은 기업에 지배구조 개편 및 자금조달 자문을 제공해왔다.
NH투자증권은 과감한 투자와 금융주선으로 유명하다. 2조원 규모의 여의도 파크원 개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관을 맡으며 2500억원을 수익 자산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부사장은 "증권사의 본업은 '투자'가 아닌 '채널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권사의 넓은 고객군을 활용해 좋은 상품을 셀다운하는 것이 증권업의 본질"이라며 "총액인수는 시장을 보는 눈을 갖춘 투자은행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올해 증권업계 경쟁 구도는 지난해과 크게 다르다. 자기자본이 7조원에 육박하는 경쟁사가 탄생했고, 과감하게 상업투자은행(CIB)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경쟁사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정 부사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증권이 앞장서 거래를 가져오면 수백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모그룹에서 투자에 참여하는 구조로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앙회 산하 상호금융을 포함한 농협의 자산운용 규모만 200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는 "유전자(DNA)가 다른 은행과 증권을 억지로 묶어놓는다고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농협금융-NH투자증권 방식의 CIB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든든한' 농협금융의 일원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은행계 초대형 IB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와 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BIS)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 NCR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자본시장에 상당 부분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변화는 무엇인가?
"전통시장의 주축이었던 ECM과 DCM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0조원대를 유지했던 회사채시장은 지난해 발행물량이 30조원으로 축소했다. 시장이 10조원이 줄면서 증권사가 수수료로 받을 수 있는 200억원이 공중분해한 셈이다.
M&A 인수금융은 반면 증권사가 주축이 돼 움직이는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증권사가 인수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0%나 된다.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다. 증권사들이 발급하는 인수금융확약서(LOC)의 공이 컸다.
대체투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히 누그러졌다. 그간 3년 내외의 상품이 다수를 이뤘는데, 이제는 상품 만기가 다양하게 변화했다. 만기가 10년, 길게는 20년이어도 거부감이 없다. 좋은 상품이라면 시장이 다 소화한다. 어려운 기관투자자들의 회수기간(듀레이션)이 장기화되고 있고, 주식과 채권에서 더이상 좋은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불확실성은 확대했지만 증권사 입장에선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달 해양수산부와 함께 해외 항만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 지난해 NH투자증권을 되돌아본다면?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10%정도 증가했다. 인수금융, 수익형 부동산, 항공기금융 등 지난해 활성화한 영역해서 그만큼의 이익이 늘었다고 보면된다. 내부적으론 전통자산 위주에서 실물자산 투자 이익으로 수익을 다변화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같은 수익 구조로 갈 예정이다. 올해는 4곳 내외의 발전소와 3~4건의 항공기에 투자할 예정이다."
- 전통시장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안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분야별 1등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전과목이 고루 우수한 학생이 돼야 한다. 고객은 우리가 어느 분야에서 1등인지 큰 관심이 없다. 회사채, IPO, 지배구조 컨설팅, 비주력자산 매각 등 A부터 Z까지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하다. 각 영역의 시너지밸류가 날 때 NH투자증권의 경쟁력이 빛을 낸다고 자부한다."
- 연초 에너지발전공기업의 공동주관사 자격을 포기한 점은 화제가 됐다.
"'외국계 증권사는 왜 주관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발행사가 원하는 가격을 맞추기도 어렵고, 수수료도 크지 않다. 물론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처럼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 고민을 많이 했다. 실무자들 중에는 공동주관사로 걸쳐놓자는 의견도 있었다. 2002년 남동발전이 상장을 추진할 때 주관사 중 하나가 당시 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의 IB팀장으로서 직접 살펴봤던 딜이기고, 내부 사정도 잘 알고 있다. 경쟁사가 제시하는 1배 이상의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상장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 올해는 자기자본 규모 1위에서 밀렸다. 몸집이 비슷한 경쟁 증권사도 다수 등장했다. 위기감을 느끼나?
"솔직히 위기를 느끼지 않는다. 증권사는 마라토너다. 몸무게가 120kg 나간다고 달리기를 잘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체중이 가볍고 필수 근육이 잘 형성된 사람이 잘 뛴다.
대신 우리는 보완재가 있다. 비은행 중심의 CIB 모델이다. 농협금융그룹은 은행 뿐아니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농협중앙회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국내 3대 채권투자자로 꼽힌다. 우리는 그의 사촌이다.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 세미캡티브마켓이 형성된 것이다."
- 은행 중심의 CIB모델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은행 중심의 CI모델은 자칫 IB전략 자체를 상업은행의 시각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은행계 증권회사 중 우리(NH투자증권)가 유일하게 그룹에서 목소리 내고 있지 않나. 증권업은 우리처럼 CIB모델을 그려가는 게 경쟁력 있다고 본다."
-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에버코어와 MOU를 맺었다. 크로스보더(국경 간 인수합병) M&A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5년전만해도 크로스보더는 나에게 꿈이었다. 지금은 현실이 됐다. 시대적 운명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경상수지가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경제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적극적인 해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5~6월경 우리회사 실무자를 에버코어 본사가 있는 뉴욕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우리가 투자할 물건을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려 한다. 직원들에게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 대체투자를 할 때 원칙은?
"현금흐름(캐시플로우)를 본다. 5~10년짜리 장기 수익 모델은 안정된 캐시플로어가 필요하다. 결국 선진국의 핵심 자산으로 대상이 좁혀진다. 필요할 땐 손절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꾸준한 곳이어야 한다. 흙 속의 진주를 골라낼 능력을 갖출 때까지는 안전한 매물을 사야한다."
미국 발전소 투자 역시 역시 현금흐름을 봤다. 미국 정부가 가격도 일정 기간 보장해주기도 한다. 국가 신용도도 높다. 여러모로 문제가 될 점이 보이지 않는다. 정형화된 금융상품이라고 판단할 정도로 안전하다."
- 어음 발행이 허용되면 NH투자증권은 9조원 내외의 투자여력이 생긴다.
"당장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NCR비율과 지주사의 BIS 비율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계 증권사의 핸디캡이기도 하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증권업 M&A로 업계가 재편되면서 대형사간 경쟁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돌파구는?
"증권사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는 핵심 영역이 아니다. 증권업은 본질은 플랫폼이다. 증권사의 주요 사업부인 리테일, IB, 법인영업, WM의 고객군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개인-기관-공공기관-기업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셀다운할 수 있는 '언더라이팅' 능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증권사의 채널 관리는 호흡과도 같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부사장 약력 : 1964년 경상북도 영천 출생.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대우증권 입사. 1997년 자금부장. 2000년 IB2부장,IB3부장,주식인수부장. 2003년 기획본부장. 2004년 파생상품부장. 2005년 IB2 담당임원(상무보). 2005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2015년 NH투자증권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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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