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PO 트랙레코드 쌓아 경쟁력 높일 것"
계열사와 CIB 강화 "제일홀딩스 같은 선례 늘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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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리더 중 하나인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사진)에겐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 채권자본시장(DCM)에서는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했지만, 주식자본시장(ECM)·인수합병(M&A)·투자 부문에서는 대형사를 따라가기 역부족이었다. 6000억여원의 자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통합 KB증권은 업계 3위의 자본력을 갖춘 초대형 증권사가 됐다. 김 부사장이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아졌다. 김 부사장은 "합병으로 조직의 위상이 달라지고, 키울 수 있는 분야가 더욱 많아진 점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김 부사장이 제시한 키워드는 '투자'와 '상업투자은행'(CIB)이었다. 그는 "합병으로 회사 이름(KB투자증권)에서 '투자'가 빠졌지만 오히려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증권사로 탈바꿈 했다"며 "은행과의 협업을 강화해 KB금융만의 성공적인 상업투자은행(IB)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 증권사와 함께 출범한 CIB 조직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다른 금융지주계열 CIB와 다른 점은 증권의 위상이다. 김 부사장은 CIB 모델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증권의 역량'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커버리지와 상품제공 능력을 뜻한다.
김 부자상은 "은행에 의존하는 CIB 모델은 일시적인 실적밖에 낼 수 없다"며 "그는 회사채로 다져진 기존 대기업 네트워크에 자본력을 갖춰 새로운 CIB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KB증권이 추구하는 CIB 모델이 성공한 성과 중 하나가 하림그룹이다. 지주와 은행, 증권이 함께 나서 하림그룹의 신뢰를 확보하고, 5개 계열사가 모두 참여해 팬오션 인수금융 채무재조정(Refinancing;리파이낸싱)을 성사시켰다. 공모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제일홀딩스의 대표주관사도 따냈다.
김 부사장은 "4차 산업혁명이 눈 앞에둔 이 시대에 '과거와 현재'에 초점을 두는 은행 여신 모델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와 미래를 봐야 하는 투자은행이 중요하게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형 IB'를 조직의 지향점으로 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KB증권은 조 단위 투자 여력을 갖추고 활발하게 투자처를 찾고 있다. 지분투자·중순위 투자는 증권이, 선순위 투자는 은행이 맡는 협업 모델이 기본이다. 중소기업부문은 신기술금융사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상장 전 투자(Pre-IPO)와 메자닌(Mezzanine) 투자에 집중한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초대형IB에 허용되는 기업여신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체투자도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홍콩 현지법인에 부동산 실무 전문가를 파견해 오피스 등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며 "대체투자 전문가도 영입해 해외 현지 거래 발굴 능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유럽 등 해외와 국내에서 여러 건의 대체투자 물건을 점검하고 있다. 이 중 3~4건 정도는 여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KB증권의 약점으로 꼽혔던 M&A 어드바이저리(Advisory) 부문에서도 해외 IB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대형·종합증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그는 해외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는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서비스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관행처럼 여겨지는 증권사의 '수수료 깎기'를 두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형사만큼은 자본 규모에 걸맞은 질 좋은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자기자본 6000억원의 증권사(KB투자증권)와 4조원의 증권사가 시장에 주는 무게감은 확실히 다르다. IB부문 수장으로서 변화한 위상을 느끼고 있나?
"자기자본이 작은 증권사는 분야를 막론하고 빅 딜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합병 전 증권사도 트랙레코드가 없어 영업이 어려웠다. (합병 이후) 이제는 RFP(제안요청서)가 들어온다. 트랙레코드만 차근히 쌓으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수, 인수금액 뿐 아니라 수익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 '투자형 IB'를 주창하고 있다. 주목하고 있는 투자처는?
"자본이 확충되며 내부 북(book)은 물론, 투자여력이 충분해졌다. 연초 진행한 내부 워크샵에서 '회사 이름(KB투자증권)에서 투자가 빠지니 외려 투자형 IB가 됐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말뿐이 아니라 올해는 투자하는 증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 기업여신 시장이 열린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 업황이 턴어라운드 중인 기업이 주 투자 대상이다. 신기술금융사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경쟁력있는 중소기업 투자에도 나선다. 상장 전 투자나 메자닌 투자에 특히 집중할 예정이다. "
- KB증권도 CIB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자리는 잡았나?
"체계가 상당부분 잡혔다. 은행, 증권, 카드, 손보사 등 계열사 네 개의 RM이 공동으로 그룹별 기업을 관리·영업하는 구조다. 지난달 여의도 KB금융타워로 은행 등 계열사 기업금융인력들이 이사오며 물리적으로도 가까워졌다. 9개 그룹으로 공동커버리지를 시작해 최근 30개 그룹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을 'CIB파트너십 RM' 방식으로 접근한다."
- CIB의 경우 은행과 지주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CIB 모델의 취약점은 은행의존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존형 CIB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은행과 증권의 균형을 맞추려면 증권사의 커버리지 조직이 강해야 한다. KB증권의 대기업 커버리지 능력은 은행에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다른 CIB에서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은 은행 위주로 가야 한다. 은행과 1억원 이상 거래하는 중소기업만 3만 곳이다. 증권이 모두 커버할 수 없다. 중소·중견기업을 전담하는 SME본부를 통해 은행과 시너지를 낼 것이다."
- CIB모델이 시너지를 낸 사례를 꼽는다면?
"하림그룹이 대표적이다. 팬오션 리파이낸싱부터 현재 준비하고 있는 제일홀딩스 IPO까지, 하림그룹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그룹에서 함께 제공했다. 팬오션 리파이낸싱엔 5곳의 KB금융 계열사가 참여했다. 하림그룹과 신뢰를 쌓았다. 지난 3년간 하림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진 점은 고무적이다. 양재동 부지 개발 건, 지배구조 개선 앞으로 하림그룹이 자본시장을 이용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 계속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ECM, M&A 등 구 KB투자증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분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수년간 ECM 부문을 확대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트랙레코드와 자본력이 부족했다. 올해 상반기에 주관하는 대형 IPO만 세 건이다. 제일홀딩스, ING생명, 이랜드리테일의 주관을 맡고 있다. 이 세 딜을 잘 마무리 해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싶다. 올해 최소 15건의 기업을 상장시킬 예정이다. 통합 후 주관사 선정에서 아예 제외되는 상황은 많이 사라졌다.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M&A 부문은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최근 해외 IB인 맥쿼리에서 경험을 쌓은 조용환 상무 등 임원급 인사를 영입했다.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나 유럽 등지로의 아웃바운드 거래에서 앞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인수금융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수익성이 기대되는 거래에는 조 단위 투자확약서(LOC) 제출도 가능하다."
- 대체투자도 최근 증권사들의 핵심 이슈다.
"대체투자는 합병 전 현대증권에서도 상당 부분 전문적으로 진행했다. 현재 국내 대체투자는 투자금융본부 AI구조화부에서, 해외 대체투자는 부동산금융본부 부동산금융4부에서 추진하고 있다. 홍콩에 있는 KB증권 현지 법인에 이사급 부동산 전문 실무자를 파견했다. 인력을 보강해 현지 거래 발굴 능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홍콩 현지법인에 임원급 대체투자 전문가도 영입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와 국내에서 여러 건의 대체투자건을 준비하고 있다. 성과가 좋다면 2분기 중 여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도 출시할 수 있다.
부동산금융의 경우 이전 현대증권에서 가지고 있던 물량을 재매각(셀다운)을 통해 일부 줄였다. 전체 규모는 줄였지만, 지금도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수익성도 양호하다. 앞으로 부동산 부문 비중은 줄이고 비부동산 부문 비중은 늘릴 것이다. 요즘 일부 증권사들이 힘쓰고 있는 항공기금융은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 후 참여할 계획이다."
- KB증권이 그리는 초대형 IB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중시하는 은행의 여신모델로는 성장을 꾀할 수 없다. 앞으로 초대형 IB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은행을 낀 지주사들의 한계일 수 있지만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어 '투자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증권에 주어진 기회는 더욱 많아졌다고 판단한다."
- 초대형 IB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IB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몸집에 걸맞는 수익성을 내려면 그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증권사의 '수수료 깎기'는 이제는 정말로 지양해야 한다. 특히 대형사들이 반성해야 한다. 발전공기업 IPO가 대표적이다. 10~20bp의 수수료를 받고 발행사에 어떤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겠나. 연초 발전공기업 상장 주관사 입찰이 대표적이다. 수수료 싸움이 아닌 서비스 경쟁이 필요하다."
◆ 김성현 KB증권 IB총괄본부 본부장(부사장) 약력 : 1963년 전남 광양 출생. 1982년 순천고등학교 졸업. 1989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대신증권 기업금융팀 팀장. 2003 한누리투자증권 기업금융팀 이사. 2006년 한누리투자증권 전무이사. 2008년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본부장. 2015년 KB투자증권 IB총괄. 2016년 KB투자증권 IB총괄 부사장. 2017년 KB증권 IB총괄본부 본부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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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