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출세 관문은 '인사부'
입력 2017.03.17 07:00|수정 2017.03.20 09:20
    최근 임명 지주 회장·행장·카드 사장·증권 사장
    모두 은행 인사부 행원~부장 경력 보유
    • 이번 신한금융그룹 인사에서 '신한은행 인사부'의 힘이 한번 더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 회장부터 주요 계열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상당수가 인사부를 거친 인사들로 채워진 영향이다.

      신한금융은 그룹 내 주요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취임만 23일로 예정됐을 뿐, 위성호 신한은행장·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그룹 내 서열 2~4위인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취임을 마쳤다.

      조 내정자·위 행장·임 사장·김 사장은 모두 신한은행 인사부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 내정자는 1995년 인사부 차장을 역임한 뒤 2002년 인사부장을 지냈다. 위 행장과 김 사장은 각각 1996년, 1998년 인사부에서 차장으로 근무했다. 김 사장은 2004년 인사부장도 맡았다. 임 사장은 입행 다음해인 1987년 인사부에서 행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다른 자회사 사장 인선에서도 인사부는 주목의 대상이 됐다. 신한은행 인사를 총괄하던 윤승욱 부행장이 신한신용정보 사장으로 승진해서다.

      윤 전 부행장의 자리는 부행장보를 건너뛰는 파격 승진의 대상자가 된 진옥동 신한은행 부행장(전 신한은행 일본 법인장)이 채웠다. 진 부행장은 차기 신한금융 부사장의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이 결정된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사장도 차장 시절 인사부를 거쳤다.

      과거부터 시중은행 인사부는 핵심 부서로 꼽혀왔다. 행 내 영향력이 큰 부서를 묶어 부르는 '인노비'(인사부·노동조합·비서실)라는 업계 용어가 있을 정도다. 성과주의가 확산되고 영업 중심 문화가 정착됐지만, 인사부는 비교적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며 행원들의 희망 부서 '1순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인사부의 '힘'은 발령권에서 나온다. 예대마진을 중심으로 한 상업은행(CB) 모델에선 지점이 영업의 중심이다. 어느 지역으로 발령받느냐가 특정 행원의 실적을 좌우한다. 각 시중은행이 '성과 평가 시 지역별 차이를 감안한다'고 얘기하지만, 행원들은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신한은행 인사부의 권력이 특히 크다고 평가한다. 영업 압박이 강한 신한은행의 특성 덕분이다. 가장 체계적인 성과 평가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업권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됐을 당시에도 신한은행은 상위 40% 이내 고(高) 성과자를 대상으로 임금 미삭감·정년 연장 등의 유인을 제공하며 앞서나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기업 문화가 진취적이라 회사에서 제시하는 영업 목표치가 높고, 이를 충족하려는 행원들의 욕구도 강하다"면서 "행장이 인사부 등 주요 부서를 통해 전달하는 사항이 잘 전파돼 '돈 받는 군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에는 이전과 약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비(非) 인사부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는 내부 전언이다. 원래 권력이 집중돼있는 부서인데, 인사부 출신이 요직을 꿰차는 현상마저 두드러지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작년 고 성과자 중 4분의 1가량이 올해에는 '타이틀'을 유지하지 못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희망퇴직을 택해 조직을 떠났다"면서 "인사 적체가 심한 시중은행 특성 상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실적을 잘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지점으로 발령받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사부는 일부 감찰의 기능도 겸하고 있어 '무서운' 부서"라며 "권한이 다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