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은 추경·코코본드 이용 유력
11조, 올해 말 시한 지나 소멸될 듯
"이렇게 끝날 펀드 왜 만들었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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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공급에 '총대'를 멘다. 지원금 마련을 위해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9개월째 잠자고 있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이번에도 결국 외면받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3일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삼정KPMG의 실사 결과가 이르면 이번주 중 나온다.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한 신규 자금 지원이 유력하다. 앞서 검토됐던 기업 개선 작업(워크아웃)은 건조 계약 취소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지원금 규모는 실사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에서는 최소 2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4월까지 회사채 1조 2900억원·기업어음 2000억원가량을 상환해야 한다. 과거 자료로 추산한 연 평균 현금흐름 부족분은 1조원 수준. 지난해 당기순손실 2조 7106억원을 감안하면 지원금은 더 커질 수 있다.
경영 정상화 방안에는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단기 대출(bridge loan) 형식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증자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두 은행이 각각 3조원·1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탓이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등 건전성 지표 추가 하락을 막아야 한다.
증자는 추가 경정 예산 편성과 조건부자본증권(CoCo Bond) 발행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조성된 11조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기획재정부는 "펀드 사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펀드 조성 주체 중 하나인 한국은행 역시 '조건부자본증권 등 시장을 통한 확충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마저 펀드 사용에 소극적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산업은행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펀드 사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출입은행도 펀드를 사용하지 않고 자본을 직접 확충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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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의 '무용론'이 이번에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이용 금리가 시장 금리 대비 0.2~0.3%포인트 높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기금 대출(한국은행)부터 보증(신용보증기금)·위탁 관리(자산관리공사)·도관(IBK기업은행) 등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조달 비용이 비싸졌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손실 보전 의무 덕분에 국책은행은 자체 발행 채권만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정부에 손 벌린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싼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면서 "올해 말 소멸 시한까지 펀드가 사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득에 비해 실이 크다는 비판이다.
도관 은행으로 지정된 IBK기업은행에 대해 '펀드 가동 시 연결 재무제표 상 부채가 반영되고, 1조원 규모의 후순위 대출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적을 안정적으로 내왔음에도 최근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신용보증기금도 '보증 한도가 소진돼 본래 목적인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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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한국형 양적 완화'를 시도하겠다며 유관 기관의 팔을 비틀어 펀드에 억지로 참여시켰는데, 출범 과정 내내 중앙은행 발권력 동원·은행법 위반 등 논란이 제기돼 굉장히 시끄러웠다"면서 "소모적인 논쟁과 유관 기관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펀드를 조성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유사 시 가져다 쓸 수 있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형태로 조성한 것으로소멸 전까지는 일종의 보험처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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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7일 16: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