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정국에 '미래' 빼앗긴 이랜드리테일
입력 2017.03.20 07:00|수정 2017.03.20 16:21
    내수시장 침체에 중국 유통시장 진출도 여의치 않아
    증권가 "성장성에 의문"…투자자 이끌 '알파' 제시해야
    • 사드 정국에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가 답보 상태다. 일단 상장 예비심사의 끝이 보이지 않고있다. 심사를 통과한다 해도 에쿼티스토리(equity story;성장 청사진)를 제시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드(THAAD;고고도방어미사일체제)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 경색이 '중국'을 필두로 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그룹의 성장 전략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뉴코아 브랜드를 필두로 한 내수 유통 시장에서 이랜드리테일의 사업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연간 3조원 규모의 매출에 2000억~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자회사를 통해 외식·레져·여행 부문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돼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런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상장 과정에서 시장에서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내우에 외환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이 기대고 있는 국내 내수시장은 하향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 기준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대비 -2.2%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역성장한 것으로, 내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랜드리테일의 유사업종인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 소매판매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다. 2월 기준 백화점 매출액은 전월대비 -1.1%, 할인점 매출액은 -14.6%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랜드리테일이 지분 85.3%를 보유한 계열사인 이랜드파크는 아르바이트생 급여 체불이 적발된 데 이어 유동성 악화로 지난 2월 정규직 직원의 임금이 일부 연체되기도 했다. 이는 진행 중인 이랜드리테일 상장 심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이런 악재를 딛고 금융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끌어내려면 성장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랜드리테일의 주력 업종인 아울렛은 비교적 내수 경기를 덜 타지만, 이것만으로는 투자자를 만족시킬만한 성장성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랜드리테일은 당초 중국 유통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 전략을 세웠다. 국내 소매유통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인데다 경쟁이 치열한만큼 투자 대비 효율을 끌어내기 힘든 까닭이다.

      다만 이 전략을 실천에 옮기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구두 지시 등의 편법으로 한국과의 교류를 줄이고 물류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정상적인 투자와 사업확장이 당분간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그간 신규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언급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그룹 전체적으로도 공격적인 투자를 삼가는 분위기로 돌아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현지 유통 대기업과 제휴를 맺고 합작법인(JV)을 세워 유통채널 확보에 나섰다. '뉴코아' 브랜드를 사용하는 유통채널이었지만 현지 자회사만 투자 주체로 참여했다. 이랜드리테일은 투자를 검토하다 최종적으로 빠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자국에 진출한 제조기업보다 유통기업에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작사라 해도 한국 자본이 들어간 기업이 사세를 확충하도록 놔둘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은 부진한 내수 시장 상황에, 중국 시장 진출도 여의치 않아진 상태에서 투자자의 이목을 끌어들일만한 '플러스 알파'를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이랜드그룹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입장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중국 사업은 대부분 현지법인이 주도하고 이랜드리테일에는 영향이 없다"며 "거래소에 최종 자료를 추가 제출한만큼 이달 중순 이후에는 예심통과 일정도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