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통한 외형축소 작업
영화 배급보다 영화관 운영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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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조직개편과 함께 독립성이 강화된 롯데쇼핑이 비주력 사업부문에서 힘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사업부를 보유한 롯데쇼핑은 일차적으로 시네마사업에 대한 손질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시네마사업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구축된 유통 비즈니스유닛(BU) 체제 하에 주력이 아닌 사업의 외형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롯데 시네마사업부는 현재 콘텐츠사업과 플랫폼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03년 만들어진 '롯데엔터테인먼트'란 브랜드를 통해 국내외 영화의 배급을 맡고 있고, 영화관인 롯데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다. 시네마사업부의 정확한 실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롯데시네마는 2013년 영화관 내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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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미국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영화를 국내에 독점 배급하며 콘텐츠 사업에 욕심을 보여왔지만, 수익의 상당 부분은 영화관 운영사업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 수준으로 이 중 90% 가까이가 입장권과 매점 수익이다. 이 시장의 26%가량의 점유율 차지하고 있는 롯데는 연간 5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시네마의 구조조정은 일단 인력 축소가 유력하지만, 타깃은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 시네마사업부의 인적 구성을 살펴보면 800여명의 정규직과 3000여명의 비정규직으로 구성돼있다.
영화업계와 투자은행(IB) 시장은 영화 투자와 배급을 맡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매각설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영화 배급 시장에선 CJ가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이고 있고, 쇼박스와 NEW가 각각 30%, 15%대를 기록했다. 반면 롯데는 4%에 못 미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영화 시장 특히 투자배급 시장은 규모가 굉장히 작고 거기서도 롯데의 영향력은 크지 못하다"라며 "롯데는 모기업의 영향력이 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실제로 경쟁력 있는 영화 인력을 양성하거나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통'과 '영화'는 사업적 색깔이 다른 사업이다. 그래서 시네마사업부는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법인으로 독립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형제의 난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롯데그룹이 비즈니스유닛(BU) 체제에 들어가고, 시네마사업부가 유통BU로 흡수되면서 사업부 별도법인화 계획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롯데 측은 백화점·쇼핑몰·아울렛 내 효율적인 영화관 운영을 위해 유통사업군 안에 시네마사업부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색깔이 다른 사업이 같은 군에 묶여있는 지금의 구조에선 그룹 경영진이 주력인 유통 쪽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즉 롯데의 영화사업이 새로운 '유통' BU 하에서 리스크가 큰 투자·배급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내는 영화관 운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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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