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케이블TV 산업 전망·정책 및 규제 리스크 상존
"IMM PE, IPO 대신 태광산업에 풋옵션 행사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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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사업자 티브로드의 기업공개(IPO)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산업 전망은 어둡고 정치적 환경이 급변하며 규제완화 움직임도 동력을 잃어 연내 IPO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회사에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투자회수를 위해 대주주인 태광산업 측에 풋옵션(Put Option)을 행사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2대 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지분율 15.1%)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올해 말까지 IPO를 완료해야 한다. 상장 예비심사청구 등 사전 절차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상장 작업에 착수해야 하지만 현재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IMM PE는 2014년 2월 티브로드 보통주와 우선주에 투자해 약 15.1% 지분을 보유 중이다. 로즈골드2호 블라인드 펀드와 국민연금 등 공동 투자자가 함께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주당 매입금액은 6만8800원으로 총 투자 금액은 약 20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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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 측 고민도 깊어졌다. 증시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로 투자금을 거둬들이기에는 회수금액 극대화가 어렵다. 티브로드의 최근 주당순이익은 약 1300원선으로 추산된다. 동종업체인 CJ헬로비전의 주가수익비율(PER) 약 11배를 적용하면 2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 나온다. IMM PE의 최초 투자 단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티브로드 IPO가 흐지부지 된 결정적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IMM PE 측은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것을 우려해 상장을 반대했다. 동종업계 주가 추이가 좋지 않은데다 넷플릭스 국내 진출 등으로 업계 전반적인 변동성은 커졌다.
올해도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CJ헬로비전과 딜라이브 매각이 연이어 좌초되면서 산업 재편은 요원해졌다. 통신사업자의 케이블TV 시장 진출 길도 막혔다. CJ헬로비전의 경우 군소 업체를 인수하며 가치개선에 나섰지만 독자적으로는 지속적인 이익 개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1년 새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규제 리스크도 상존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들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발표했지만 탄핵 및 조기 대선이 강력한 변수로 등장했다. 게다가 발전방안 내용 중 방송권역 제한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 개정안 처리는 미지수다.
이로 인해 IMM PE가 풋옵션을 행사해 안전하게 투자회수를 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IMM PE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및 태광산업에 투자 원금으로 보유 지분 매입을 요청할 수 있다. IPO 추진 과정에서 공모예정가격이 투자 가격보다 낮게 책정될 경우 IPO를 반대할 권리도 갖고 있다.
다만 풋옵션 행사를 두고 IMM PE와 태광산업 간 줄다리기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태광산업으로서는 자체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되사오기 보다 IPO를 진행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브로드가 4개 종합유선방송을 합병하는 등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데 힘썼고 이익도 개선세를 보였다"면서도 "CJ헬로비전과 현대HCN 등의 주가가 주춤하면서 공모가를 높이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IMM PE가 지난해 리캡을 마쳤고 우선배당도 받아온 터라 갈등이 깊어지진 않겠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증여세 소송 문제가 일단락 되면서 양측 협상도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IMM PE 측은 "IPO가 투자회수를 위한 기본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는 부분들이 있어 유예 상태"라며 "투자회수 시점 및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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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