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도 아닌데 PBR 적용...넷마블의 묘한 '공모가 방정식'
입력 2017.03.23 07:00|수정 2017.03.24 14:18
    韓엔씨소프트·中텐센트·中넷이즈 비교기업으로 선정
    게임사 잘 안쓰는 PBR·PSR 평가방식 적용
    • 기업공개(IPO) 공모 절차에 나선 넷마블게임즈가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정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금융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벤처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을 잣대로 삼은 것이다.

      그간 게임업체들이 상장할 때 주로 적용한 주가순이익비율(PER)은 특정 시점의 수익으로만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매출 주기가 짧은 게임업계에서 이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넷마블은 이런 한계를 넘어 '뉴 노멀'(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게임업계 평균 PER이 크게 낮아져 어쩔 수 없이 '우회로'를 선택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공존한다.

      넷마블의 공모희망가 밴드는 12만1000원~15만7000원이다. 넷마블의 지난해 연간 주당 순이익은 2700원 안팎이었다. 그간 게임주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인 PER 지표로는 배수가 44.8~58.1배에 달한다.

      넷마블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며 PER을 활용하지 않았다. PSR과 PBR 가치를 각각 구해 이를 평균하고, 여기에 일반적인 수준보다 약간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만들어냈다.

    • 넷마블은 기업가치산정을 위한 비교기업군으로 엔씨소프트와 텐센트, 넷이즈를 선정했다. 게임부문 매출 비중이 크며, 자본이 넷마블의 50% 이상이고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30% 이상인 회사들이다. 텐센트는 중국 1위, 넷이즈는 중국 4위의 게임 퍼블리싱 회사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PSR은 6.26배, 텐센트와 넷이즈는 각각 12.31배, 6.96배였다. 넷마블은 이를 평균한 8.51배를 가격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해 넷마블의 주당 매출액은 1만7428원이었다. PSR 배수를 적용하면 주당 가치는 14만8312원으로 계산된다.

      넷마블은 PBR도 계산식에 적용했다. 역시 비교기업군 평균 PBR을 산정해 이를 주당순자산에 곱했다. 평균 PBR 배수는 7.8배였다. 무형자산가치와 공모자금유입액을 감안한 넷마블 주당순자산은 3만1692원으로, 배수를 적용하면 주당 가치는 24만8465원이 된다.

      넷마블은 이를 산술평균한 19만8389원을 공정가치로 산정했다. 그리고 여기에 최대 39%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확정했다.

      그간 국내 시장에 상장하는 게임 회사들은 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해왔다. 지난 201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더블유게임즈는 33배의 PER을 적용한 바 있다. 데브시스터즈와 미투온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최근 투자자들이 게임회사 상장을 외면하는 주된 배경이 돼왔다. 가장 매출과 이익이 높은 특정 시점에 '지금 잘되는 게임은 계속 잘될 것이고 후속작도 분명히 잘 될거다'라는 장밋빛 희망을 내세워 공모가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후속작 발굴에 실패한 게임회사들의 실적은 금새 적자로 돌아섰고, 주가도 반 토막나는 일이 흔했다.

      넷마블은 PSR이 게임업종 같은 성장산업에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평가 척도'라고 판단했다. 또 매출액의 크기가 시장 점유율과 성장성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매출액의 성장성이 결국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PBR을 적용한 것 역시 비슷한 이유다. 게임업종은 점점 대규모 개발비와 마케팅비 없인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좋은 게임의 판권을 사들이고 유통(퍼블리싱)하기 위해서도 자본력이 필요하다. 넷마블은 금융회사가 자기자본을 굴려 수익을 내듯, 게임회사도 자본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게임주들의 부진을 고려하면 아주 일리가 없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PER 기준의 한계가 명확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평균 PER이 10배 내외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복잡한 계산식을 내놨겠느냐는 비판적인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처럼 게임주 PER이 30~40배였다면 PSR이나 PBR을 꺼내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랬듯 전통적인 잣대로는 원하는 가격이 나오지 않으니 자신에게 유리한 새로운 잣대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가는 시장이 하게 된다. 넷마블의 논리를 투자자들이 받아들일지는 내달 11~12일로 예정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