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열쇠인 IPO는 답보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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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호텔롯데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 여부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호텔롯데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차입금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계획이 미뤄지자 등급 하향 트리거(trigger, 방아쇠)를 충족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호텔롯데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여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 2월 3년 만에 공모채 발행에 나서며 두 신평사로부터 AA+(안정적)이라는 높은 등급을 부여받았다.
당시 신평사들은 호텔롯데가 올해 상장을 통해 수조원의 자금을 수혈받아 차입금을 줄여나갈 것이란 점을 등급에 반영했다.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가 4배를 넘을 경우 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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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의 재무안정성이 곧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롯데그룹에 대한 면세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첫 공판이 시작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재개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신평사들이 요구한 호텔롯데의 해당 지표(순차입금/EBITDA)는 7배나 초과한 채 별다른 움직임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5년 94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뉴욕 팰리스호텔 건 이후로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3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룹 차원의 해외 복합리조트 사업과 계열사 지분투자(롯데렌탈·글로벌로지스틱스 등) 부담까지 맞물리며 현금 소요는 늘어만 갔다. 연결기준 영업현금흐름은 2015년 3400억원대에서 2016년 9월말 3100억원대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더불어 호텔롯데를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가 크다"라며 "굳건한 면세사업 수익성과 무관하게 증가한 차입금 영향이 가장 크다"라고 밝혔다.
신평사가 제시하는 등급 트리거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충족하지 못한다고 당장 등급이 강등되진 않는다. 그러나 기업은 경고의 의미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통해 지표를 맞춰나가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재무적인 현상을 유지만 하거나 악화시킨다면 등급은 궁극적으로 하향조정된다.
신평사들은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두고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등급 유지 외엔 딱히 취할 방법이 없다"라면서 "공모 규모만 4조~5조원에 육박할 IPO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회사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는 탓이다"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호텔롯데의 수익성 기반인 면세사업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신평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한 직후 롯데면세점 매출은 약 25% 감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사업 수익성이 하락 기조를 보인다면 신평사들이 호텔롯데의 등급을 유지할만한 유인이 크게 줄어들게 되는 격"이라며 "상장 지연과 면세사업 부진이 겹쳐지게 되면 신평사들은 등급 하향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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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22일 15: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