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기회의 땅' 유럽?… 과제는 '사후관리'
입력 2017.03.28 07:00|수정 2017.03.28 07:00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高수익 좇아 '유럽' 가는 국내VC
    현지 사무소 없이 돌발 변수 대응할 '관리능력'이 필수
    • "실리콘밸리의 미국 벤처캐피탈들도 같은 나라 서부에서 동부로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데…한국에서 유럽을 간다고요?"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

      10여년 전 팀을 꾸려 중국 벤처캐피탈(VC)시장에 뛰어들었던 국내 VC업체들은 이제 유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유럽 현지 업체에 하나둘씩 투자하는가 하면 유럽 내 특정 국가만 담당하는 팀을 꾸린 VC도 등장했다. 유럽 벤처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요구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성공적인 유럽 시장 정착을 위한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물리적 거리를 상쇄할 만한 관리능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으로 거론된다. 현지 사무소나 인력이 없다면 투자한 업체 안팎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까다롭기 때문. 운용역들 사이에서는 현지에 투자한 업체가 5개만 돼도 현지 사무소가 필요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직 국내 VC들 가운데 유럽 사무소를 낸 곳은 없다.

      한 VC업체 관계자는 "현지 투자자들끼리 짬짜미해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작스럽게 경영진을 몰아내거나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며 적정 가격과 무관하게 외부에 매각해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며 "이처럼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초기 단계 투자는 검토 안 하고, 최소한 이사회 의석 1석은 확보할 수 있는 규모로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후속 투자가 어려운 점도 한계로 꼽힌다. 지속적인 추가 투자로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론 더 큰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애써 유럽에 진출했지만 그 보람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VC업체 심사역은 "투자할 수 있는 투자금 규모가 작아 괜찮은 업체에 시리즈로 후속 투자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며 "역외 펀드를 만들면 더 큰 규모로 투자할 수 있지만, (역외 펀드는) 해외 LP로부터 출자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VC들은 모태펀드 등 공적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모태펀드 등 정책기관에서 출자한 펀드는 정책적 목적에 따라 국내 중소·벤처기업을 주목적 투자 대상(전체 펀드 결성액의 약 60%)으로 지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0억원 규모 펀드 중 80억원 정도만 해외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 출자자 가운데 모태펀드·산업은행·국민연금 등 정부 및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46.6%다.

      결국 국내 VC들이 해외에서 집행할 수 있는 투자금 자체가 많지 않다.

      동시에 현지 네트워크는 물론 담당 전문 인력 확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복수의 VC업체 심사역들은 해외 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토로한다. 현지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투자 전 단계인 투자심의위원회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VC업체 심사역은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인력도 네트워크도 마땅치 않은데 투심에선 LP들 보기에 그럴싸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다"며 "현지 투자를 늘리다 보면 네트워크도 생기고 입소문도 나겠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