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신사업 모두 성과 미미…투자자 "투자매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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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김범수 의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김 의장에게 의사 결정이 집중돼 있고, 이에 따른 시행착오는 현재진행형이다. 카카오의 성공 사례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고 있고, 일관적이지 않은 의사 결정들이 이어지면서 카카오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포도트리·카카오페이·카카오메이커스·카카오브레인 등 여러 신사업 부문을 쪼개 자회사로 편입하며 투자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등 자회사 중 일부는 오는 2019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는 현재 현금이 충분치 않아 분사 후 투자를 유치하거나 상장하는 방식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자본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투자자들 역시 최근 IT나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고, 카카오는 네이버에 비해 성장 여력이 있다고 판단돼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시장에선 한 번이라도 카카오와 접촉해 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선뜻 카카오에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현 경영진에 의해 최종 결정된 사안조차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되거나 예상치 못한 계획을 강행하는 등 전략적 판단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는 김범수 의장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들 논의 결과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김범수 의장이 (인수)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 인수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며 "아직도 김범수 의장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무엇이든 결정되는 회사라 답답한 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2015년 임지훈 대표 취임을 앞두고 임 대표를 포함한 6인 합의체인 CXO팀을 만든 것 역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당시 카카오는 각 사업부문별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집단경영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CXO팀은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업무책임자(COO)·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최고상품책임자(CPO)·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각 사업부문의 최고 책임자로 구성됐다.
당시 내부에서조차 '집단경영'은 외부를 의식한 것일 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김범수 의장의 영향력만 확대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CXO팀을 만들었을 때 (카카오) 직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부문별 대표 아래 임원들도 자신들의 대표와 논의하지 않고 곧바로 김범수 의장을 찾아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6월 조직개편을 통해 집단경영체제를 접었다.
일각에선 임지훈 대표가 취임 후 강조했던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 경제), 이른바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들이 시장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하면서 '김범수 체제'가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지훈 대표를 비롯한 비교적 젊은 인력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존 사업에 대한 피드백을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임 대표의 확실한 영역이었던 온디맨드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김 의장을 비롯한 기존 창업 멤버들의 입김이 더 세졌다"며 "상왕(上王)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데 어느 누가 왕의 말을 듣겠냐"고 사내 분위기를 묘사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홈클린·카카오헤어 등 개발·출시에 나섰던 O2O 직접 서비스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골목상권 침해 등의 논란만 키웠다. 카카오가 공들였던 해당 직접 서비스들은 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만 남고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주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한 카카오 주문하기는 출시 첫날 결제 시스템 오류로 주문한 음식이 배달되지 않거나 이중결제 처리가 됐다. 지난달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TV는 출범 당일 생중계 도중에 서버가 중단됐다. 이밖에도 카카오드라이버를 통해 부른 대리운전 기사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는 등 서비스를 들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광고 부문에서도 네이버와 비교가 안 되고 벌여놓은 신사업도 안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김범수 의장이 관심있다는 이유로 인공지능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라며 "'태생이 벤처니까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라고 넘어가는 시기는 이제 지났다는 것을 인지하고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투자자들도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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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28일 14: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