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소폭 올라 매각 '적기'라 판단"
카카오, 기존 사업·미래 전략 모두 불확실하다는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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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과 위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SK플래닛은 로엔엔터테인먼트 매각 대금 명목으로 받은 지분을 손해를 봐가며 정리했다. 카카오 주요 주주들의 잇단 지분 정리가 곧 카카오 미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4일 장 마감 이후 카카오 주식 135만7367주(지분 2%) 전량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5일 종가(8만5900원) 대비 약 3%의 할인율이 적용된 주당 8만3600원으로 총 1134억원이다.
매각 주관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이번 블록딜을 통해 SK플래닛이 정리한 주식은 SK플래닛이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15%)을 카카오에 매각하면서 매각 대금 명목으로 받은 주식이다. 당시 SK플래닛은 총 매각 금액 3680억원 가운데 2199억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1481억원은 카카오 신주로 받았다.
결과적으로 SK플래닛은 약 340억원을 손해보면서 카카오 지분을 정리한 셈이다.
카카오와 오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던 게임업체 위메이드도 5일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 주식 233만3270주(3.45%) 블록딜을 단행했다. 위메이드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블록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한 주당 3.4%의 할인율이 적용된 8만3000원에 매각을 결정돼 위메이드는 총 1937억원을 확보했다. 위메이드는 2011년 카카오 유상증자(50억원)에 참여했고 2012년엔 2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위메이드의 경우 6년 전 투자한 금액 대비 8배 이상의 차이를 남겼다"면서도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카카오 주가가 인터넷 (전문)은행 이슈로 인해 소폭 반등해 수급적으로 지금이 적기라 판단하고 정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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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카카오 주가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발표 시기 최고 18만원 선까지 올랐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올해 초 7만원대까지 하락했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 4일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하면서 그나마 소폭 상승하기 시작했다. 카카오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5일 금융위원회의 본인가를 받고 오는 6월 출범할 계획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SK플래닛과 위메이드가 일부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주가가 소폭 상승한 지금이 지분을 정리할 적기라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결국 카카오가 기존 사업의 안정성은 물론 미래 방향성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중된 것을 방증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지분 정리 시점이 우연히 맞아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매각 시점을 지금으로 잡은 것은 결국 카카오가 제시한 미래 전략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해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기존 사업들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할 여력도 많지 않은데 AI 등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은 산적해 있는 '진퇴양난'과 같은 상황이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주력사업인 광고 부문 영업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014년 4분기 1694억원의 매출을 올린 광고 부문은 2015년 4분기 153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역시 광고 부문의 매출은 1414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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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06일 17: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