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품는다면?…"동반부실 우려"
입력 2017.04.11 07:00|수정 2017.04.12 09:21
    [대우조선 매각 시나리오] "일감 부족한데 도크 늘리는 격"
    대우조선 추가 자금투입 가능성 배제 못해
    핵심역량마저 약화될 우려
    •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하자 조선 빅2로의 재편안이 재등장했는데 주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업계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실제 따져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얻을만한 유무형의 자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공급과잉, 재무적 여력 저하, 그로 인한 조선사업 '독자생존' 어려움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하반기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제안 받았다. 당시에도 현대중공업이 사업적·재무적 위험이 컸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엔 벅차 이를 고사했다. 1년 반이 흘렀지만 조선업황은 개설될 기미가 안 보이고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더 커졌다.

      2015년 당시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회계부정 사태는 수면 아래에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회계부실을 저지른 회사'란 꼬리표가 붙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제 발로 자신들의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모양새가 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조선업계가 공급과잉에 직면해있는 것이 문제다. 현대중공업도 2년간 시설 감축·인력 구조조정의 다운사이징(규모축소)에 집중해왔다. 전방위 자구노력으로 버텨왔지만 수요가 늘어날 기미는 아직 안 보인다. 오를 줄 알았던 유가는 40~50달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서 선주사들은 다 건조된 플랜트 인도를 머뭇거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건조물량을 가져온다면 평판 하락을 떠나 혹을 하나 더 붙이는 격이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금융위원회의 목표대로 몸집을 줄인다 해도 매출이 6조~7조원대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떤 선박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우조선해양을 무리하게 품는다면 인수 주체가되는 기업의 고유한 핵심 역량마저 소멸하는 동반부실의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했다.

    • 건조물량을 가져와도 선주사와 법적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 조선사가 짓던 선박을 B 조선사가 이어받으면 계약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라며 "선주사 입장에선 조선사가 건조 도중에 변경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생존이 걸린 지주사 전환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작업을 통해 조선 사업부의 독자생존을 꾀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물량까지 떠안는 수익구조는 지주사 체제 하의 사업 국면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실제 부담으로 이어진다면 지주사 전환을 반대했던 노조와의 갈등을 피하기도 어렵다.

      재무적 여력에도 부담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몸집을 줄여도 실질적 인수에는 실탄이 많이 소모된다. 대우조선해양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간 후에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다면 그때는 혈세가 아닌 민간기업의 자금을 투입돼야 하는데 어느 기업에나 커다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자산매각을 비롯한 대대적인 자구계획을 실행했지만 재무적으로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올 상반기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야 하고 자산매각 카드도 크게 줄었다. 한 때 수천억원씩 발행하던 공모회사채는 신용등급 하락 이후 보기 어렵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상황이 일정 수준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현대중공업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그나마 끌어올린 재무적 체력을 다시 약화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 조심스러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