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효과' 끝난 현대백화점, 대체재 찾기 안간힘
입력 2017.04.12 07:00|수정 2017.04.12 07:00
    작년 상반기 판교점 효과 끝나…1년새 주가 38% 하락
    면세업·송도아울렛으로 대응…판교점 대체재로는 역부족
    • 현대백화점이 판교점 대체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복합쇼핑몰·아울렛 사업을 확대하고 올해는 서울 도심에 시내면세점을 개장해 불황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자들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유통업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할 만한 그룹 차원의 구체적인 '통큰 승부수'는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판교점 아울렛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다. 판교점은 2015년 8월 개장 이후 연간 매출 6000억원을 거두며,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담당해왔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현대백화점이 대형 유통3사 중 가장 준수한 성적을 낸 요인이기도 했다.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신규점 개장 효과는 보통 1년 정도 유효하다. 그 동안 새로 개장하는 점포가 유의미한 실적을 내거나, 기존점들이 수익성을 개선해야 앞선 신규점 개장의 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

      어느 쪽도 현대백화점이 뜻하는 방향으론 흘러가지 않았다. 판교점의 바통을 이어받아 작년 4월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의 외형은 기대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기존 점포들은 지난해 말 역성장하더니, 올 1분기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가도 1년 새 38%까지 감소했다.

    • 현대백화점은 실적 타개를 위해 추가적인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뛰어든 시내면세점 사업을 올해 본격화할 예정이다. 다음달 말에는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개장, 새 성장동력으로 삼은 복합쇼핑몰·아울렛 출점에 박차를 가한다.

      이러한 외형확장이 판교점 효과를 이어가며 실적을 개선시키기엔 벅찰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백억원을 투자한 시내 면세점(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업은 현대백화점이 뛰어들자마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개장 전부터 초기 매출 하락 가능성을 놓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는 유통업 규제 강화란 중요 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외에도 백화점·면세점·복합쇼핑몰 등이 일요일에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월 2회 시행되는 의무 휴업(일요일) 횟수가 최대 월 4회로 확대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대형마트들은 지난 5년간 영업시간 규제로 인해 매출이 21%가량 줄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 1분기 유통 3사 중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대형마트·편의점 등 다양한 사업부를 가진 롯데·신세계에 비해 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적 개선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만한 그룹 차원의 '통 큰 승부수'는 안갯속이다. 지난해 한섬이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부(3000억원)를 인수한 정도고, 이마저도 인수 효과 기대가 불투명하다. 참여할 만한 거래가 줄기도 했지만, 그동안 생활가전·물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주 명함을 내밀던 현대백화점의 등장 횟수는 확연히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당분간 판교점에 버금가는 '수익성 개선' 요인을 찾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소비경기의 부진을 고려해도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과도하게 떨어지고 있다"라며 "신규점포 효과가 추가로 소실되고 있는 올 2분기에도 쉽지 않은 영업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