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보드게임社 인수해 라인업 완성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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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가 본격적인 인수 대상 찾기에 나섰다. 과거 넥슨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라는 평가다. 구체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은 다를 전망이다. PC온라인 게임이 흥행했던 과거와 달리 모바일 게임으로 게임 시장의 무게 추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성공 신화를 쓴 넥슨과 달리 넷마블은 해외 게임사를 공략할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최근 다수의 해외 게임 개발사에 접촉하며 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복수의 IB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드라마·영화 지식재산권(IP)을 여럿 보유한 북미 지역 게임사 S사와 동남아 보드·퍼즐 게임 개발 업체 V사 등을 방문해 실무진 미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금 중 1조원은 미국 모바일 게임사 카밤(Kabam)의 벤쿠버 스튜디오를 인수하며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2조원은 M&A에 활용할 계획이다. 인수금융(레버리지)까지 더하면 최대 5조원가량을 M&A에 투입할 수 있다.
관련업계에선 넷마블이 미국·동남아 게임사 중에서도 특히 전략게임 또는 보드게임 개발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리니지·세븐나이츠 등 롤플레잉게임(RPG) 외에 다른 라인업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해외 매출 상승을 통한 매출 다변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데 해외 유저(User)들의 RPG 선호도는 비교적 낮다. 넷마블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국내에서 거두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셜 카지노 게임은 이전에 (인수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도 있고 이미 서비스 하고 있는 것(4Ones Poker·All4Casino)도 있어 전략·보드 장르를 보유한 업체가 인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소셜 카지노 게임사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 외에도 유명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업체들도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근 회사가 출시한 게임 다수는 외부 IP를 활용했다. 게임 흥행으로 거둔 매출의 일정 부분을 IP홀더에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넷마블을 빅3 게임사 반열에 올려놓은 리니지2레볼루션이 대표적인 예다. 넷마블은 이 게임으로 벌어들인 매출의 10%를 엔씨소프트에 로열티(수수료)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넷마블은 기본적으로 게임 퍼블리셔라 자체 개발 능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껏 자체 개발한 IP는 세븐나이츠·모두의마블·스톤에이지 정도라 IP 홀더 인수를 통해 자체 IP 기반 게임 서비스를 늘릴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공격적인 M&A 전략에 시동을 거는 넷마블이 과거 넥슨을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넷마블은 국내 게임사보단 해외 게임사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커 구체적인 M&A 방향성은 다를 것이란 전언이다.
넥슨이 성장 궤도에 진입했을 때는 PC 온라인 게임이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국내 게임 개발사의 PC 온라인 게임 기술력은 글로벌 업체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PC 온라인 게임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국내 시장이었다. 현지화 실패 등 리스크 요인을 가져가면서까지 해외 업체를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넥슨이 인수한 게임사는 위젯·네오플·게임하이 등 대부분 국내 개발사다. 넥슨은 이들 업체를 인수해 확보한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서든어택을 기반으로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했다. 오히려 넥슨이 직접 개발에 나섰던 게임은 인기몰이에 실패했다.
'모바일 퍼스트'를 내세우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빠르게 독식한 넷마블은 이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7.5% 성장했던 국내 게임 시장은 작년 5.6% 성장에 그쳤다. 반면 약 119조원 규모에 달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은 매년 10%에 가까운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PC 온라인·비디오 게임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을 다음 먹거리로 공략해야 하는 넷마블로서는 다수의 글로벌 유저(User)를 확보한 현지 모바일 게임사를 인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모바일 게임은 플랫폼 제한이 없다는 점 역시 해외 업체 인수에 무게가 실리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퍼블리셔가 반드시 필요한 PC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구글이나 애플 스토어에 게임 앱을 올리면 누구나 다운로드를 받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퍼블리싱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낮아져 이왕이면 해외에서 자리 잡은 게임사를 인수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과거 게임 투자 열풍이 불었던 때 국내 여러 중소 게임 개발사에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은 내심 넷마블이 국내 업체들을 인수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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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