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불어나는 中 손실에 '속수무책'
홈플러스, MBK '투자회수' 전략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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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마트 업계에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마트는 점포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중국 리스크가 커진 롯데마트는 이마트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 사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던 홈플러스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작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최근 이랜드가 내놓은 외식사업부, 모던하우스 등의 인수 후보로 MBK와 홈플러스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 이마트, '성장中' 사업에만 집중 vs 롯데마트 "국내 매출로 중국 손실 상쇄"
할인점 업계의 최근 관심사는 이마트의 매장 구조개선 작업이다. 이마트는 최근 점포 10곳에 대한 폐점 혹은 업태 전환 계획을 알렸다. 줄곧 적자가 나던 점포(울산 학성점)는 과감히 폐점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장안점)는 노브랜드 제품 등을 보강해 문을 다시 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는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마트인 트레이더스로 전환될 계획이다. 점포당 매출이 이마트의 두 배에 달하는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5년 사모펀드(PEF)로 주인이 바뀐 홈플러스의 일부 수요를 트레이더스가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신규 출점에 집중해 온 이마트가 대대적인 점포 구조 개선 작업을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을 팔거나 재구성해 확보한 수익으로 트레이더스처럼 '성장 중'인 사업에 과감히 집중 투자한다는 포석이다.
이마트의 점포 다이어트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업태는 다르지만) 미국의 메이시스·JC페니 같은 백화점들이 점포 정리에 나선 뒤 온라인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이후 주가도 상승했다"라며 "아직까진 가시적인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여진다"라고 밝혔다.
이마트가 매장 재구성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유통 포맷에 대해서도 우호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점 시장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이마트는 수익을 잘 방어해왔다"라며 "트레이더스, 이마트몰, 피코크, 노브랜드, 이마트타운 등 다양한 포맷을 융합시켜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점포 구조조정 계획 속에는 경영 불확실성도 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유통 애널리스트 "향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점포의 수, 구조조정 기간 등의 계획에 대해선 다소 불명확하다"라며 "이번 작업이 일회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면 구조 개선 작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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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모방하기' 전략을 펼쳐 온 롯데마트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해외영업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점포의 영업정지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할인점 사업부의 재무적 여파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는 올 3월 한 달에만 중국에서 1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게 롯데 측의 입장이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기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중국 사업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손 쓸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점포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중국지역의 손실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내실 경영보단 신규 출점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올해 출점 계획이 없는 이마트·홈플러스와 달리 롯데는 올해만 7곳의 출점이 예정돼있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이마트와의 격차를 좁힌다는 복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드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단지 규모의 경제라는 효과만 믿고 출점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라며 "할인점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데도 출점에만 의존한 보수적인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롯데마트의 전략엔 보수적인 경영진들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롯데마트 경영진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그러다보니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트렌드 변화에 뒤쳐지고, 효율적인 점포 운영 전략보단 출점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사드 여파로 인해 올해는 출점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효율화에서 기업가치 제고로 고민 변화
홈플러스는 2015년 9월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기자마자 옛 주인인 테스코의 방만 경영 흔적을 지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1년간의 고강도 홀로서기 과정을 거친 결과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가 영업적자 기조에서 탈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매출 부진과 경쟁심화에 따른 마진 하락 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할인점이라는 유통 포맷이 더는 환영받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1~2인 가구 수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1인 가구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며 "이는 오프라인 할인점 수요가 온라인 배송 업체·편의점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언급했다.
MBK가 홈플러스에 대한 투자회수 작업에 들어가기까진 아직 시간이 충분하긴 하다. 시장에선 투자회수 착수 시점을 인수 시점으로부터 7년 후인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지금부터 MBK가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방안이 최근 유통업계 트렌드인 자체 브랜드 강화다. 자체 브랜드를 새로 론칭하는 데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만큼 브랜드 인수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외식·가구 및 생활용품 브랜드 등을 인수할 잠재 후보로 MBK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랜드가 내놓은 외식사업부의 경우 7000억원의 연간 매출에도 순부채 규모가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어 MBK의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반면 모던하우스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모던하우스는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이랜드의 알짜 사업부다. 이마트의 자주, 롯데마트의 룸바이홈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홈플러스의 리빙 제품 범위가 넓지 않다. 모던하우스 인수를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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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