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사드 보복은 '상수'…"올리브영 내 판매 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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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저가 제품군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골치가 아픈 가운데 중저가 제품의 국내 판매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중저가 화장품 제품군에 대한 뚜렷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제품만을 판매하는 아리따움이나 브랜드숍에서 벗어나 신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있어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제 상수다. 사드 여파가 예상보다 일찍 현실화하면서 고공 행진하던 면세점 매출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그리고 그 여파가 언제 끝날지는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아모레퍼시픽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근본적인 요소는 국내 사업의 부진이다. 주요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성장한 1조1044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2.8% 감소한 2349억원을 나타냈다. 아모레퍼시픽의 사업은 크게 설화수로 대표되는 럭셔리군과 라네즈·아이오페·마몽드 등의 프리미엄군으로 나뉜다.
국내 사업의 성장 둔화는 면세점을 제외한 백화점·할인점·로드숍 등의 대부분 채널이 역신장한 데 원인이 있다. 면세점을 제외한 올 1분기 내수 화장품 매출액이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에서 면세점·방판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매출 규모가 큰 채널인 아리따움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라네즈·아이오페·마몽드 등의 프리미엄 제품만을 판매하는 아리따움은 올 초 핵심 매장의 매출이 감소하고, 직영점 재배치 작업에 따른 비용부담이 확대됐다"라며 "헤라 쿠션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으로 아이오페 쿠션의 매출이 둔화하는 등 새로운 문제가 확인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아리따움의 저조한 실적에는 한국형 드러그스토어인 H&B(헬스&뷰티) 스토어의 선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14조원의 화장품 시장에서 CJ그룹의 올리브영은 홀로 1조원을 차지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화장품 소비가 색조 시장으로 이동하고,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H&B 스토어들이 안착하기 시작한 점도 올리브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내에서 별도의 자회사로 독립된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 등의 브랜드숍 성장세도 뒷걸음질 쳤다. 한때는 설화수의 매출을 넘보던 이니스프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1% 감소한 463억원을 기록했다. 에뛰드도 같은 기간 29% 줄어든 88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이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LG생활건강과 대조적이다. 중저가 제품군에서 고전하던 LG생활건강은 럭셔리 화장품의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린 결과 올해 화장품 부문의 이익이 성장했다. 올 1분기 LG생활건강 매출의 53%를 차지한 화장품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2%, 12.4% 상승한 8542억원, 1768억원을 나타냈다.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의 국내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중국 매출도 작년 1분기보다 25% 증가하는 등 이들 브랜드가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중저가 브랜드의 판매 비중을 줄이고 프리미엄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부문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차별화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제품을 둘러싼 전략이 부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저가 제품 이익 개선을 위해선 아리따움과 브랜드숍에서 벗어난 새로운 유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그 일환으로 올리브영을 비롯한 H&B 스토어로 판로를 확장하는 내용의 궤도 수정안이 제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리브영이 확장기로 들어가는 시기에 가맹점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라네즈·마몽드의 올리브영 판매를 중단했다가 아리따움에서 판매하지 않는 일부 품목에 한해 2015년 공급을 재개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H&B 시장 중심의 화장품 유통 시장 변화로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형 브랜드 업체들의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소비 트렌드가 원브랜드샵에서 올리브영과 같은 멀티브랜드샵으로 완전히 변화한다면, 100%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로만 채워진 아리따움이 얼마나 오래 소비자들을 어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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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5월 02일 15:03 게재]